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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美 ‘메신저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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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방서 군작전 유출’ 논란 확산

판사 “문자 지우지 말고 보존하라”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DC 연방지법 판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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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들이 예멘의 이슬람 무장 단체 후티 폭격 계획을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서 공유한 사건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채팅방에 우연히 초대됐던 잡지 애틀랜틱 편집장이 유출 사실을 보도해 파문이 일자 당사자들은 물론 트럼프까지 ‘중요한 기밀이 아니었다’며 반박했다. 이에 애틀랜틱이 구체적 작전 정황이 적시된 채팅 내용을 공개해 파문이 확산하면서 ‘시그널 게이트’로까지 불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불리한 정황을 수습하려던 당사자들의 움직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7일 워싱턴 DC 연방지법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가 피트 헤그세스 국방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채팅 참여자들에게 “11~15일 시그널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지우지 말고 보존하라”고 명령했다. 비영리 단체 ‘아메리칸 오버사이트’가 기밀 유출이 의심된다며 관련자들을 상대로 요청한 가처분을 받아들인 것이다. 보스버그 판사는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악연으로 얽혀있다.

그는 지난 15일 트럼프가 1798년 제정된 적성국국민법(AEA)을 활용해 베네수엘라 국적자 300여 명을 추방하자 이를 즉각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베네수엘라인들을 추방해 논란을 불렀다. 그런데 ‘시그널 게이트’까지 보스버그가 심리하게 되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너무 늦기 전에 조작된 (사법) 시스템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일로 핵심 동맹 이스라엘과의 외교적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개된 채팅 내용 중 “왈츠가 공습 표적이 된 후티 핵심 대원 신분을 언급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휴민트(인적 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우려했다는 것이다. 유출된 채팅 내용을 보면 왈츠는 “첫 번째 표적인 미사일 최고 책임자가 여자 친구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고 그 건물은 무너졌다”고 동향을 상세히 알렸다.

의회에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진상 파악 요구가 나오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장인 로저 위커 공화당 의원과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은 국방부에 서한을 보내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팸 본디 법무 장관은 이날 “기밀 내용이 채팅방에 올라오지 않았다”며 수사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미 정부가 군 기밀 유출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정부는 사건을 축소하면서 수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앞서 미 육군의 정보 분석 담당자였던 첼시 매닝이 2010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군사·외교 문서를 대량 유출해 군사 재판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7년 조기 석방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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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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