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게 이어진 ‘유인원에게 사람의 말 가르치기’ 실험
3000개 이상 어휘 활용한 천재 보노보 칸지가 가능성 입증
불 피우고 석기도 만들며 유인원 학습에 대한 고정관념 깨
그래픽=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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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교수 허버트 테라스는 야심 찬 실험을 기획했다. 아기 침팬지에게 수어(手語)를 가르쳐 사람과 소통하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침팬지·고릴라·보노보 같은 유인원에게 사람의 말을 가르치려는 시도는 20세기 초반부터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1960년대 이유가 밝혀졌는데 유인원의 성대 구조와 혀의 움직임으로는 사람 말소리를 만드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테라스는 대안으로 수어를 택한 것이다. 침팬지 이름은 님 침스키(Nim Chimpsky). 유인원은 절대로 언어를 배울 수 없다고 주장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를 겨냥했다.
자원봉사자와 수어 전문가 100여 명이 님을 돌봤다. 실험 참여자들은 님이 수어를 배우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4년간의 실험이 끝난 뒤 데이터를 검토한 테라스는 “님은 수어로 언어를 구사한 것이 아니라 먹이와 같은 보상을 받기 위해 사람을 따라 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 실험은 실패였다. 동물 전문 작가 엘리자베스 헤스는 보호 센터와 개인 목장을 전전하다 침팬지 평균수명의 절반인 26세에 사망한 님의 불행한 삶을 ‘인간이 될 뻔했던 침팬지 – 님 침스키’에 썼다.
‘프로젝트 님’의 실패는 오랜 논쟁의 씨앗이 됐다. 당시 과학계는 님처럼 수어를 배운 침팬지 와쇼와 고릴라 코코에게 열광했다. 와쇼는 350가지 수어를 구사하고 다른 침팬지에게 가르치기까지 한 것으로 유명했다. 테라스는 와쇼와 코코 역시 진정한 언어를 구사한 것이 아니며 연구가 자의적으로 해석됐다고 주장했다. 와쇼와 코코의 부고(訃告) 기사에도 이런 논란이 담겼다.
그렇다면 ‘유인원이 사람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뭘까. ‘가능하다’고 답하는 과학자들의 가장 큰 근거는 지난달 18일 세상을 떠난 보노보 칸지(Kanzi)다.
연구진은 2살이 갓 넘은 여자아이 알리아와 9살 칸지에게 간단한 요청을 하고 이를 이해하는지 평가했는데 칸지는 72점, 알리아는 66점을 받았다. “칸지의 언어 능력이 2~3세 아이와 비슷하다”고 알려진 계기였다. 칸지는 평생 3000개 이상의 어휘를 습득했고, 석기를 만들어 활용하거나 마인크래프트 같은 비디오게임도 해냈다. 심지어 장작을 모아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수퍼 유인원’으로 불린 특별한 보노보가 또 있었다. 칸지의 이복형제 판바니샤는 칸지보다 언어 능력이 더 뛰어났다. 연구자들은 칸지가 9개월이 돼서야 여키스를 배우기 시작한 반면, 판바니샤는 태어나자마자 배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찾았다.
[박건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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