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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2 (수)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그래서 관세 부담은 누가 질 건가’···美자동차, 관세發 물가인상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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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지론 ‘관세는 외국기업이 부담하는 것’

트럼프 “美자동차 기업들, 가격인상 말라” 으름장

관세 부담 자체 흡수할수록 기업 영업이익 악화

번스타인 “GM·포드 가격 올려도 영업익 30%↓”

1기행정부 사례 연구 “소비자에게 대부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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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부담이 경제의 어느 영역에서 어떻게 흡수될지 시험대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를 두고 “외국이 내는 세금”이라고 지칭하면서 관세에 다른 비용 상승부담은 외국 기업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반면 관세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은 상당 부문이 가격인상을 통해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고 봤다.

2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을 소집해 진행한 전화 회의에서 “관세 때문에 자동차 가격을 인상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를 발표하기 이전에 이뤄진 사전 조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백악관은 가격 인상이나 인상 시도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당황했고 만약 자신들이 가격을 올리면 처벌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고 전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을 기업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외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투자하면서 결과적으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관세에 따른 비용증가분은 외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지시 역시 이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이지만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리어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스콧은 최근 내부 직원 대상 이메일에서 “어떤 수준의 관세도 상쇄되거나 흡수될 수 없다”며 “여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총체적이고 산업계 차원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세관에 관세를 내는 주체는 미국의 수입업체다. 수출가격에 관세율을 적용해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수입업자가 이를 지불하는 구조다. 이에 구매력이 큰 미국 내 수입 업체들은 외국의 수출업체가 미리 관세율을 고려해 판매 가격을 낮추도록 조치할 수 있다. 또는 중간 유통업체가 일부 부담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월마트는 앞서 대중국 관세 인상과 관련해 공급업체들이 대중국 관세 단계 당 10% 씩 공급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런 시도가 성공한다면 소비자 가격은 오르지 않는다. 관세 부담은 모두 생산과 유통 과정에 참여한 기업들이 나눠서 부담하게 되지만 이같은 사례는 드물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택스파운데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해 1기 트럼프 시절 관세 이후 철강가격이 22% 상승해 관세 부담이 사실상 모두 판매 가격으로 전가됐다고 봤다. 아울러 매리 애미티 등이 참여한 경제학 논문에서도 “미국 관세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심지어 세탁기 관세에 대한 한 논문에서는 관세가 부과된 세탁기 뿐 아니라 관세가 없었던 빨래 건조기의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세 부담을 공급업체 또는 자체적으로 모두 떠안을 경우 생태계 전반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 하다. 증권사인 번스타인은 포드와 GM이 올해 가격을 인상하고 공급망을 조정하더라도 영업이익이 30%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한 자동차업체의 임원은 “숫자로 따지면 수십억 달러가 드는 것”이라며 “이 비용을 누가 지불하나”라며 사실상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 부담을 떠안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가 결국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가에서는 관세 부과로 인해 차량 구매가격이 한 대당 최소 4500달러(약 660만원)에서 최대 1만5000달러(2200만원)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대 당 가격 상승분이 최소 4500달러로 추산했으며 구겐하임은 대당 6000~7000달러, 번스타인은 6700달러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5000~1만5000달러로 추산했다.

윌리엄 갈스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수입 업체들은 비용 증가를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만약 추후 물가가 근로자들의 임금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 ‘아메리칸 드림’을 달성하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계획을 발표한다. 이와 별개로 의약품과 목재, 반도체 관세도 예고한 바 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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