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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두고 강남만? 구 단위 지정? ‘吳의 토허제 패착’ 5가지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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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논리 아닌 정치 논리 작용했나


“도대체 뜬금없이 일부 지역만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하더니, 왜 다시 확대 재지정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근 서울시가 일부 지역 토허제 해제를 추진하다 취소한 뒤, 확대 재지정한 사안을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서울시의 갈지자 행보에 매수, 매도인은 물론 중개인까지 분통을 터뜨린다. 동시에 의문도 쏟아진다. 갑작스러운 해제 후 재지정, 동 단위서 구 단위로 바뀐 지정 범위, 용산구 추가 규제 등을 두고 물음표를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이번 ‘토허제 사태’를 둔 시장의 5가지 의문을 정리해봤다.

래미안원베일리가 위치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해당 지역은 ‘잠·삼·대·청’의 토허제 지정에 따라 수혜를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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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1 왜 ‘잠·삼·대·청’만 해제했나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시기와 해제 지역이다. 왜 갑자기 잠실, 삼성, 대치, 청담만 해제했냐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영등포구 여의도,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유지한다.

부동산 업계서는 2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오 시장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오 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띄운 시점은 올해 1월 초다. 계엄령 이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 시작될 무렵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탄핵 인용 후 조기 대선에 돌입할 것이란 예측이 쏟아졌다. 여권, 야권 가리지 않고 ‘잠룡’들을 향해 시선이 집중됐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 유력하던 오 시장도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정책 승부수를 여럿 띄웠다. 그중 하나가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였다. 실제로 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오 시장을 향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여러 지역 중 국민의힘 지지세가 가장 높은 ‘잠·삼·대·청’만 토허제를 해제한 것도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둘째는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토허제 지정 지역의 거래가 막히면서 인근 지역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잠원, 반포 등 주변 아파트가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래미안원베일리, 아크로리버파크 등 한강변 대장 아파트가 즐비한 반포동은 토허제 대상 구역이 아니었다. 이로 인한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면서 토허제 해제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연말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가 30% 정도 줄었고 올해 1월엔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하향 안정기에 들어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봤다”며 성공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었다. 토허제 해제 후폭풍으로 오 시장은 오히려 정치적 수세에 몰렸고, 이종현 민생소통특보와 박형수 정책특보 등 핵심 참모들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의문2 구 단위 지정, 용산은 또 왜?

두 번째 의문은 토허제 지정 범위다. 기존 토허제는 동 단위가 최대였다. 정비사업 대상 아파트나 개발 호재가 있는 동만 지정해서 규제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위가 ‘구’다. 집값이 급등한 강남 3구 외 강북의 용산구까지 범위에 포함됐다. 단순히 재지정하는 것을 넘어 더 강력한 규제 정책을 꺼내들자, 시장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더 강한 ‘채찍’을 들고 나온 배경에는 ‘풍선효과’가 자리한다. 토허제 거래가 막히는 곳 인접 지역으로 투기 수요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확률이 높다. 동 단위로 지정하면 가뜩이나 폭발 중인 강남 부동산 가격을 더 자극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구 단위’로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대책도 풍선효과를 막는 데 집중돼 있다. 집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출을 강력하게 조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권에 투기적 대출에 활용될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해줄 것을 당부해둔 상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3월 4주 차부터 다주택자, 갭투자(전세 낀 매매)자들의 신규 대출을 제한한다.

하나은행은 3월 27일부터 다주택자의 서울 주택 구매 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신규 취급하지 않는다. 2월 21일 수도권 유주택자 대출 제한을 해제했던 우리은행도 3월 28일부터 유주택자들의 강남·서초·송파·용산 소재 주택 구매 목적 신규 주담대를 중단한다.

의문3 풍선효과 뻔한데…왜 재지정했나

이렇듯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뻔한데도, 다시 재지정에 나선 점도 시장은 의문을 보낸다. 2020년 잠·삼·대·청 일대가 토허제 지역으로 지정됐을 때, 해당 지역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강남지역 전체는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했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토허제 지정 이후인 2020년 하반기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상반기 대비 65%, 42%, 50% 급감한 반면, 강남구 전체 거래량은 2020년 상반기 1848건에서 하반기 1984건으로 증가했다. 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풍선효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풍선효과에 대한 고려는 절차상 반드시 거치는 요건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나 시장 민감도를 고려했을 때 이번에도 영향을 예측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이처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알았다면 인근 지역에 미칠 파장도 자세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풍선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토허제 재지정에 나선 이유는 강남 집값이 대폭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토허제 해제 직후인 2025년 2월 넷째 주,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집값 상승폭이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체의 상승세를 막는 것보단, 풍선효과가 적용되는 일부 지역만 잡는 게 더 수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는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당장은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토허제로 강남이 막히면 마포로 온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에선 체감이 안 된다”며 “강남이 묶이면서 상급지를 팔 수 없게 되니, 하급지 매수세도 줄어드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풍선효과가 생긴다면 적어도 한 달은 지나야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롭게 토허제 대상으로 지정된 용산 일대.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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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4 비아파트는 왜 제외했나

이번 토허제 확대 지정은 아파트를 대상으로만 적용된다.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는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덕분에 토허제 지정을 비켜간 용산구 한남뉴타운 후보지 일대는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일례로 한남3구역에서는 전용 137㎡와 전용 51㎡ 두 채를 배정받을 수 있는 매물이 44억원에 나와 있는 상태다.

이러한 부작용 우려에도 비아파트를 제외한 이유는 ‘시장 침체’와 관련이 깊다. 비아파트 시장은 아파트 시장 대비 침체 수준이 심각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2024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발생한 주택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171건으로 지난해 동기 2714건 대비 91% 상승했다. 이에 비해, 연립·다세대주택의 거래 건수는 1858건을 기록하며 2024년 2월(1816건)보다 2%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강남 3구 지역의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하며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2월 강남 3구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1105건으로 전년 동기 466건보다 137%나 상승했다. 반면, 연립·다세대 거래량은 159건에 그쳐 2024년 같은 기간(208건)보다 24% 줄어들었다.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이 특수한 상황일 뿐, 대다수 지역 비아파트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다. 섣불리 토허제를 적용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문5 공급 활성화 대책 없이 효과 있나

토허제처럼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 내세운다는 점도 부동산 실수요자 불만을 사는 요인이다. 아파트 가격은 수요와 공급 모두를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 정책은 공급을 늘리는 것보다 수요를 억제하는 데만 집중된 상태다.

현재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문제는 심각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총 3만7681가구다. 내년에는 9640가구로 74.4%나 급감한다. 2027년에도 9573가구에 그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 물량의 약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향후 몇 년간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공급 부진 속 잦은 규제 변경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한태욱 전 동양미래대학교 교수는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투자 혼선이 초래됐고, 그 결과 시장의 불신과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공급 확대를 중심에 둔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서울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실질적인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며 “수요 억제만으로는 시장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도심은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만큼 재건축, 재개발 등을 통해 신규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는 과거 억눌렸던 도심 정비사업을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 단기에 ‘한 방’으로 해결하려는 접근보다는, 백년지대계의 시각으로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3호 (2025.04.02~2025.04.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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