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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 (수)

'25% 상호관세'에 백지화된 한미 FTA…대응책 없는 정부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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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상호관세에 맞대응은 FTA 파기선언과 다름없어 신중히 대응"

FTA 이전 회귀시 14.7조 무역적자 예상…"美와 협의 지속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연설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5.04.0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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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나혜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관세'인 우리나라에까지 '25%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한미 FTA가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미 FTA로 양국이 대부분의 상품에 대해 '0%' 무관세 교역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예고대로 오는 9일부터 한국산 상품에 일방적으로 25%의 관세를 적용할 경우, FTA는 효력을 잃고 껍데기만 남게 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대응책을 고심 중이나, 미국이 한미 FTA 파기에 가까운 결정을 했다고 해서 그에 상응하는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FTA 파기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분쟁화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향후 방위비 재협상 문제 등으로 비화할 수 있어 정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만약 미국의 이번 관세 조치로 한미 간 교역이 FTA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면, 한국은 연평균 100억 달러(14조 7000억 원) 이상의 무역수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정으로 얻은 이익을 역산한 수치다.

◇'25% 상호관세' 한미 FTA 파기 선언..."美 공식 입장 없어…신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상호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직접 도표를 들어 보이며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공개했다.

한국은 FTA 체결국임에도 25%(기본관세 10% + 국가별 관세 15%)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베트남(46%), 중국(34%), 대만(32%), 인도(26%)보다는 낮지만, 일본·말레이시아(24%), 유럽연합(EU·20%), 영국(10%)보다는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발표에서 한국을 주요 교역국 중 미국에 적자를 많이 입힌 '최악 국가'로 분류하기도 했다.

미국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한미 FTA는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3일 뉴스1에 미국의 발표에 대해 "한미 FTA가 형해화되고 의미가 없어진 것"이라며 "동맹이나 우방, FTA 국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2007년 '한미 FTA' 체결로 인해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다.

정부에 따르면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환급을 고려하지 않은 실효세율 기준)이다. 환급까지 고려할 경우 세율은 이보다 더 낮아진다. 또한 연도별 양허계획에 따라 올해는 관세가 더 인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과의 교역은 FTA 이전으로 회귀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현재 이에 대한 대응을 고심 중이나, 미국의 관세에 똑같이 맞대응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보복 관세'로 비쳐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우리도 '상호관세'로 대응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그것은 곧 한미 FTA 파기 선언과 다름없다"면서 "미국이 FTA 관련 입장을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정부와의 협의는 물론 산업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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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전 회귀시…韓 연평균 14.7조원 무역적자 불가피

만약 이번 상호관세 조치로 한미 양국이 FTA 체결 이전으로 회귀할 경우 한국은 연평균 약 100억 달러(약 14조 7000억 원) 이상의 무역수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미 FTA 발효 후 지난 10년 간 발생한 경제적 성과를 역산한 수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한미 FTA 발효 후 10년간(2012~2022년) 양국 간 교역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제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상품무역의 경우 FTA 발효 후 대미 수출이 연평균 242억 달러(약 35조55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31%인 75억 달러(11조 원)가 FTA 효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미 FTA 이후 한국의 10년간 대미 수출은 연평균 5.5% 성장해, 전체 수출 성장률(1.5%)을 크게 웃돌았다. 업종별로는 화학·고무·플라스틱, 자동차 등 수송기기, 철강·비철금속 산업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른 대미 무역수지는 발효 전 93억 달러(13조 6600억 원)에서 발효 후 193억 달러(28조 3500억 원)로 109% 증가해, 연평균 100억 달러(14조7000억 원)의 추가적인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했다. 산술적으로만 볼 때 FTA가 백지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이 만큼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 중 대미 수출이 가장 많은 상황에서 상호관세가 발표되면 전체 수출이 10~15%까지 줄어들 수 있다"며 "내수도 거의 궤멸 수준인데, 1%대 성장도 아니고 역성장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미국이 자동차·철강 등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철강 수출액이 11.47%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미 수출 감소로 인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5%포인트(p)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1.5%) 기준 1% 내외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일각에선 상호관세로 한미 FTA가 무력화 되면서 재개정 수순을 밝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관세에 대한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이후 각국과 잠재적 양자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세를 먼저 부과한 뒤 각국과 협상을 통해 새로운 협정을 맺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집권 1기 때도 한미 FTA를 불공정 무역의 사례로 지목하며 한 차례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이 문제 삼은 건 자동차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179억달러였는데, 이중 자동차가 130억달러로 72.6%를 차지했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같은 해 10월 미국산 화물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기간을 20년 연장하고, 미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하면 한국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자동차 물량 확대 등의 FTA 재개정에 합의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목할 변수는 미국과의 개별 협상"이라며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주요국의 협상이 본격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율이 다소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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