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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복구될지 깜깜”…산불 이재민들 집없이 수년 지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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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북 안동시 일직면 국곡리에서 산불 피해 주민들이 전소된 집을 살펴보고 있다. 2025.03.30 안동=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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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에는 남편을 잃었는데 이제는 집도 과수원도 다 잃었네. 먼저 간 당신 사진도 하나 못 가지고 나왔어요. 다 탔어 다. 집도 남편도 없는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

30일 오후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에서 만난 김연희 씨(65)의 집은 마을 어귀에 있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사별한 남편의 추억이 곳곳에 가득했던 김 씨의 집은 27일 밤 마을을 덮친 화마에 잿더미가 돼있었다. 그날 이 마을에서만 50채의 집이 불탔다. 김 씨의 집이 있던 자리엔 검게 변해버린 벽돌과 기와가 나뒹굴었다. 김 씨는 작년 10월에 사별한 뒤 홀로 과수원을 일구며 살았었다. 남편과 함께 가꾸던 나무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화재로 절반은 다 타버렸고 나머지 절반도 불길이 스쳐 꽃이 필 수 없게 됐다. 권 씨는 말하는 내내 울음을 꾹꾹 눌러 참았다.

터전 잃은 주민들 “언제 복구될지도 깜깜”

경북, 경남 일대를 훑은 산불은 이날 주불이 모두 잡혔지만 이미 집과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살 곳도 갈 곳도 없다”며 울기만 했다. 안동시 임하면 나천리는 주택 15채가 전소됐고, 주민 김옥남 씨(68)의 집과 사과농장이 모두 타버렸다. 산불 당시 김 씨는 마을회관에 머물고 있었던 탓에 대피하라는 연락을 못 받아서 대피가 늦어졌다. 김 씨와 남편은 사과농사를 지었는데 이번 불로 농기계가 타버렸다. 이후 남편은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고, 이를 본 딸은 걱정하며 아버지를 다독이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리는 경북 영덕군 석리 바닷가 마을도 화마를 피해가지 못했다. 내륙 산을 태우던 불이 해안까지 번졌다. 뒷산과 가까이 있는 집들은 불에 타서 지붕이 바닥에 내려 앉았다. 해안가 가까이 집들이 다닥다닥 모여 있는 모습이 따개비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따개비 마을’ 민가들도 대부분 불에 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30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이 전소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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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전부를 잃은 이재민들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천면 주민 권연수 씨(71)는 “대피소는 소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드나든다”며 “주변 자리 노인들은 밤새 앓는다. 그 고통스러워하는 소리에 밤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화장실에서 겨우 간단한 세수를 할 뿐 샤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우원리 주민 원두리 씨(86)는 원래 걸음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가 쓰던 보행보조기는 이번에 불탔다. 원 씨는 “허리도 못 쓰고 다리도 부어서 걷지를 못한다. 이동할 때 구르마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엔 없어서 이동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집 없이 2년 씩 지내기도… “생계 자립 지원 필요”

산불 이재민들은 길게는 수 개월, 수년을 거처 없이 지내는 경우도 많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로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지난해 초까지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 살았다.

피해 보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화재·산불 등으로 집이 타버린 경우 받는 주거비 지원금은 최대 3600만원 수준이다. 반면 홍수는 6600만~1억2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홍수는 자연 재해지만 산불은 인재(人災)라는 이유에서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의 경우 산불이 지역 소멸을 가속화 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경북도는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다. 때문에 경북도는 주거 지원을 지원금이 아닌 주택으로 지원해달라며 정부와 협의 중이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는 “산불 같은 경우 주거지는 물론 텃밭, 축사 등 생계 수단을 전부 앗아간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소유한 연수원, 임대주택 등을 총동원해 이들의 거주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산불로 생계수단을 상실한 이재민들에게 일자리 등을 지원해 생계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산불 피해자를 지원하고 이재민의 일상을 보호하기 위해 중앙합동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경북도와 경남도는 피해 주민들에게 1인당 30만 원 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불로 생계 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서는 경남형 긴급복지 사업인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의료비·주거비·난방비 등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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