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시프트, 숲이 바뀌어야 사람도 산다]
〈1〉 美오리건주의 ‘숲 관리법’
재해에 강한 숲 ‘그린 시프트’ 필요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의 숲에서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지난해 산불이 난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간벌 작업이 이뤄진 덕에 숲 왼쪽에 위치한 나무들은 산불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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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을 할퀸 대형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4만8239ha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가운데 대형 산불을 막기 위해 우리 숲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이 63%나 되지만, 숲을 계획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나무들이 지나치게 빽빽한 남부 산림은 강풍을 맞자 불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국내 산불 피해 면적은 최근 10년(2014~2023년) 연평균 4003.7ha로 2004~2013년(775.8ha)의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숲을 변화시켜 산불에 강한 숲을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그린 시프트(green shift)’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본보 특별취재팀은 해법을 찾고자 지난달 21일부터 국내외 주요 숲을 심층 취재했다.
집 500채 태운 벅산 산불, 나무 솎아낸 뒤엔 큰 피해없이 진화
한국 면적 절반 태운 2020년 산불후
美, ‘간벌 효과’ 공감대 전역 확산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도
“주황색 표시가 그려진 나무들 보이죠? 이곳은 이미 간벌 작업을 거쳤으니 ‘이 나무들은 자르지 않아도 된다’는 표시입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 벅산 숲에서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산불 예방을 위해 간벌(나무 솎아내기) 작업한 곳’을 나타내는 주황색 페인트 표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의 뒤로 산불에 탄 나무들이 쓰러져 있지만 간벌 공간 너머 오른쪽 나무들은 타지 않고 살아남은 것을 볼 수 있다. 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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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서북부 오리건주 유진시 벅(Buck)산 숲. 존 베일리 오리건주립대 산림학과 교수가 가리킨 나무 기둥에는 오리건주 산림부(Department for Forestry)가 간벌 작업 후 남겨놓은 주황색 일(一) 자 선이 그려져 있었다. 간벌은 숲의 나무를 솎아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번지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조성하는 것이다. 아무 나무나 자르는 것은 아니다. 산림당국이 위치와 나무 생육 상태 등을 조사해 간벌 장소와 정도를 정한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베일리 교수는 “불이 나면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불이 옮겨붙는다”며 “나무를 잘라 공간을 만들면 재해를 막을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더 건강하게 생장한다. 숲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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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빽빽한 숲… 오리건주 산불로 12조 원 이상 피해
2020년 미 서부를 휩쓴 기록적 산불 당시 이곳도 피해를 당했다. 7월 시작된 산불은 수개월 지속되며 총 404만6856ha의 산야를 태웠다. 남한 국토 절반 크기다. 오리건주에서만 2020년 한 해 2027건 화재로 49만4252ha가 불타고 최소 11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해 9월 발생한 12건의 대형 화재만 따져도 피해액이 84억8800만 달러(약 12조4820억 원)에 이르렀다.
벅산 숲도 인근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빽빽하게 붙어 있던 나무들이 불의 전달체가 되었다. 실제 기자가 방문한 지난달 24일 벅산 입구에서 당시 화재로 불에 탄 고사목들이 빽빽히 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0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발생한 ‘홀리데이 팜’ 화재로 인해 불에 탄 고사목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모습. 당시 화재로 인근 맥캔지 밸리, 블루리버 등에서 거주민 약 5000여 명이 대피를 해야했다. 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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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합식재로 불에 강한 숲 조성
지난해 북미 최대 산림 관리 솔루션 제공 회사인 밀러 팀버가 콜로라도 파머레이크 지역에서 약 10ha(헥타르) 규모로 진행한 간벌 사업이 이뤄지기 전(왼쪽)과 후 모습. 간벌 비용은 헥터당 7650달러(1125만 원)으로 연방 및 주정부 지원과 주민 모금 등을 통해 마련됐다. 밀러팀버에 따르면 간벌을 위해 1달러를 투자할 경우 산불이 났을 때 7~8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밀러팀버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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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만으로 산불을 막을 수는 없다. 오리건주 산림당국은 혼합식재를 통한 내화수림(불에 내성이 강한 숲) 구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 종류의 나무로 숲을 구성할 경우 화재는 물론 병충해에도 취약하다. 산불과 병충해로 나무들이 고사하면 산사태가 일어나기 쉽다. 세 가지 산림 재난은 모두 연결돼 있다.
이런 문제를 알기에 오리건주에서는 일반 기업들도 혼합림과 내화수림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21일 코밸리스시의 한 숲에서 만난 임업기업 스타커사 조림 담당자 스티븐 코스키 씨는 “일반적으로 한 구역에 최대 4개의 다른 종을 심는데 건조한 지역인지, 특정한 병해충 등이 발생하는 지역인지를 고려해 조림한다”고 말했다. 스타커사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약 3만8400ha 숲에 85%는 더글라스 전나무, 나머지 15%는 내화성이 뛰어난 자이언트 세쿼이아 등 13개 종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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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정상까지 숲길로… “환경영향 최소화해 건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오리건주 유진시 벅산 숲의 임도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 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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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턴 그린 밀러 팀버 부사장은 “숲길은 숲을 가꾸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건”이라며 “미국의 경우 산림 공학자들이 지향을 살피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로를 설계해 임도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그린 시프트(Green Shift) :: |
산불 등 재해에 강하고 임산물과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에 기여하는 숲으로 전환함으로써 숲에 대한 인식과 관리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의미. |
특별취재팀 |
▽팀장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황인찬 임우선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이소정 임재혁 기자(이상 사회부) |
이미지 사회부 차장 image@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유진=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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