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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주한미군 철수, 선제적 제안이 트럼프와 협상에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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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1조 원 대미 투자 현명"
"산업 공동화, 국내 일자리 관점에선 추후 논란 될 수도"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 출간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간담회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책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2.0시대 한국의 대미 외교 방향에 대해 남북이 평화협정을 맺으면 자연히 미국, 중국의 의존도가 낮아지며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의 주도권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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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한미 동맹'에 대한 과도한 신뢰는 경계해야 합니다. 혈맹이란 말로 읍소해도 미국에는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겁니다."

최근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를 출간한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3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문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관세 정책 등 향후 대미 외교정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군이 주력군이 되고, 미군이 지원군이 되는 방식으로 보다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시 작전통수권을 환수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필요할 때 지원하는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를 유지하자는 식의 선제적인 제안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는 데 훨씬 유리할 것"이라며 "미국에 밀려 마지못해 카드를 하나씩 내미는 것보다는 한미 관계를 주도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국제 무대에서 전처럼 외교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외교는 결국 내치의 연장"이라며 "지지율이 30%를 밑돌았고, 탄핵 소추됐던 윤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요한 외교 상대로 볼 것인가에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전망했다.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 동안 210억 달러(약 31조 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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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WTO(세계무역기구), IMF(국제통화기금), 유엔, 나토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만들어 놓은 자유 국제주의 질서를 다 깨고 있다"며 "4년 뒤 민주당이 재집권 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깨뜨려 놓은 국제질서 상흔이 상당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에 대응해 최근 210억 달러(약 31조 원)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것은 '현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가 미국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공장 입지를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스티브 스칼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루이지애나로 결정했다"며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의 투자 발표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영리한 결정이나 국가 차원에서 추후 '산업 공동화'나 '국내 일자리 감소' 등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2.0, 미국이 만드는 세계의 명암'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문 교수가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강좌'에 초청한 주요 미국 외교 전문가들의 강연을 담은 책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 '두 개의 한국' 공저자인 로버트 칼린 CIA 북한 분석관 등의 강연 내용과 문 교수와의 문답이 담겼다. 다음 달 미국에서 영어판으로 출간된다.
한국일보

미국 외교는 왜 실패하는가·문정인 엮음·메디치미디어 발행·448쪽·2만8000원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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