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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단위 정부 뒷배로 펄펄 나는 C배터리...사상 첫 모두 적자 K배터리 '나 홀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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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등 글로벌 영토 확장 가속
K배터리 3사 점유율 14% 그쳐
中기업 정부 전폭적 투자받아
"국부펀드 등 투자 뛰어들어야"

2023년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중국 배터리 기업 닝더스다이(CATL) 전광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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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반도체'라 불리며 2010년대 이후 한국 산업계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던 배터리 산업이 기로에 섰다. 바다 건너 라이벌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앙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과 격차를 벌이면서다. 가뜩이나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Chasm)와 공급 과잉에 휘말린 K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과 '나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정부의 과감한 지원 없이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중국에 밀리는 속도가 빨라질 거란 우려가 크다.

한국 '빅3'의 점유율 갈수록 중국에 밀려

안덕근(왼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참석해 SK온 부스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차세대 원동형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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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이어 우리 경제를 이끌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래도 기술은 한국이 앞선다'는 인식을 내세워 K배터리 '빅3(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새 중국이 시장의 판도를 끌고 가고 있다. 자국 기업 키우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온 정부를 뒷배 삼아 닝더스다이(CATL)를 중심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영토를 확장해 간 결과다.

31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 2위는 CATL(41%)과 비야디(BYD·15%)였다. 점유율 10위권 안에 있는 6개 중국 업체(CATL·BYD·CALB·EVE·고션·선와다)의 합산 점유율은 74%로, 1년 새 11%포인트 뛰었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는 2023년 24%에서 지난해 14%로 내려갔다. 3사 점유율을 합쳐도 2위 BYD 한 곳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사가 중국의 거센 공세에 밀리는 이유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변변한 지원책이 없는 탓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그나마 시설 투자액에 대해 받는 세액공제(15%)마저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식이라, 적자를 내면 해당 사항이 없다.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사상 처음으로 동반 적자를 내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배터리 3사 설비 투자 예상 규모는 약 2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총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만 약 2조 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대량 생산이 가능할 때까지 최소 2, 3년을 내다보고 많게는 수십조 원대 투자를 단행한다"며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해 주는 것만으로는 실질적 도움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업계 "정부가 자본 조달 나서야"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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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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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은 설비 투자 및 세금 감면 등으로 자국 배터리 기업의 총 투자액의 최대 40%가량을 인센티브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는 얼마 전 인공지능(AI)과 수소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 1조 위안(약 200조 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해엔 중국 정부가 CATL, BYD 등 6개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에 약 60억 위안(약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만 해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배터리 생산량 1킬로와트시(㎾h)당 45달러를 기업에 지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정부가 좀 더 적극적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해왔던 보조금이나 세액 공제 카드로는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 '국부펀드1'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의 역할이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 투자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련 자원까지 풍부한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경쟁은 기술 격차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 자금 지원은 물론 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 완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1 국부펀드
정부가 자산을 가지고 주식이나 채권 등에 출자하는 투자 펀드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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