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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목)

지진 참극 끝없는 미얀마..."5세 손녀 시신이라도 찾아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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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2719명... 美 "1만 명 넘길 것"
1분 묵념, 6일까지 애도기간 선포
어린이·환자 등 7.7 강진에 무방비

지난달 31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구조대원들이 지진으로 파괴된 건물을 수색하고 있다. 만달레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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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7 강진이 강타한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지진 발생 닷새째인 1일에도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밝힌 사망자는 1일(현지시간) 기준 2,719명, 부상자는 4,521명이고 정확한 실종자 규모는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죽음의 냄새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영국 BBC방송)고 할 정도로 150만 명이 거주하는 만달레이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구조의 골든타임(72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사상자는 더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만 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했다.

도시 외관은 처참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80~100% 정도 파괴된 건물이 515개, 20~80% 손상된 건물은 1,524개나 됐다. 현지 주민들은 더딘 구조 작업 속에 여진의 공포와 싸우는 중이다. 미얀마 군부는 1일 강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1분간 묵념을 진행했고 오는 6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 1주일간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

지진 직후 태어난 아기, 이틀 만에 숨져

1일 미얀마 네피도의 한 시장에서 생선 장수들이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 잔해 사이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지난달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으로 사망자 수가 3,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네피도=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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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진은 특히 어린이, 노약자, 환자를 비롯한 취약층에 직격탄이 됐다. 만달레이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캬우크세에 위치한 유치원이 대표적이다. 70여 명의 어린이가 다니는 유치원 건물은 지난달 28일 강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지역 주민들은 BBC에 “학교 측은 어린이 12명과 교사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절반이 넘는 40명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강진으로 5세 손녀를 잃은 케웨 나인(71)은 BBC에 “사랑하는 손녀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울부짖으면서도 시신을 온전히 수습할 수 있음에 안도했다. 시신도 제대로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만달레이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세이브 더 칠드런’은 미 CNN 방송에 “어린이와 노인들은 심한 현기증과 실신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AFP 통신은 수백 명이 넘는 만달레이 종합병원 환자가 40도가 넘는 폭염에도 야외 주차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1,000개가 넘는 병상을 갖춘 대형병원이지만 여진이 계속되면서 실외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제보건기구(WHO) 소속 마거릿 해리스는 “지진으로 적어도 3개 병원이 운영을 완전히 중단했고 22개 병원은 부분적으로 피해가 발생해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전했다. 운영 중인 병원도 사상자 급증으로 포화상태다. 강진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태어난 신생아는 만달레이 소재 병원 인큐베이터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 숨졌다. 지진으로 집이 붕괴되면서 보금자리를 잃은 일부 주민들은 노숙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의 이례적 구호 요청


지진 발생 직후 실시간 사상자 및 피해 상황 집계를 하지 못해 빈축을 산 미얀마 군정은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군부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비상사태 선포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고 이에 중국, 러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구조대를 급파했다. 4년 전 군부 쿠데타와 내전으로 파괴된 통신망과 의료 인프라가 이번 강진으로 더 치명상을 입으면서 자체 구조활동에 나설 여력이 없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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