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그린란드 누크 구시가지 앞 바다에 얼음 조각이 떠다니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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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린란드를 가져올 것이다. 100%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 NBC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전날 그린란드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를 방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발언이었다.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확실하게 밝힌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잠시 잠잠했던 그린란드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사실 그린란드란 이름은 아이슬란드에서 살인죄를 짓고 쫓겨나 이곳에 온 바이킹 ‘에릭 더 레드’가 지은 홍보성 이름이었다. 더 많은 이주민을 끌어모으려 각박한 얼음 섬에 ‘녹색의 땅’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북극권(북위 66.5도를 연결한 북극선 위쪽 지역)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며 이 섬이 진짜 ‘녹색의 땅’이 돼가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온난화 평균의 4배를 초과했다. 태양광의 85%를 반사하던 북극 지역의 해빙과 눈이 녹아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아 드러난 바다와 땅은 태양광을 더 많이 흡수하고 이로 인해 지표면이 더 빨리 따뜻해져 얼음과 눈이 녹아 내리는 속도를 더 가속화시켰다.
그런데 이런 지구온난화는 역설적으로 그린란드와 북극권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노르웨이 북단의 소도시 트롬쇠(Tromsø)에서 최근 열린 ‘북극프런티어’ 국제회의에서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북극만큼 기후가 빠르게 변하는 곳은 없으며, 이는 도전과 함께 기회로도 작용한다”고 했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남의 나라 얘기’로만 볼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큰 장이 선 북극권의 이권을 차지하려 각국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에이데 외무장관은 “(북극권) 바다는 옛날 지도에서 마치 ‘세상의 끝’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북극 항로로 인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희망했다. 북극해 얼음이 사라지는 시대가 가까워졌다. 북극해 바닷길 개척, 북극 환경에 적합한 쇄빙선 건조 등 한국도 기후변화가 빚어낸 기회를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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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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