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집권 출발기인 1933년 5월 10일 괴벨스는 ‘베를린 서적 소각 사건’을 일으킨다. “책을 불사르는 것은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런 곳에서는 결국 인간을 불태울 것이다”라고 예언한 이는 1856년에 죽은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였다. 히틀러의 사탄이 되기 전 괴벨스는 실업자이자 지식인이었다. 오른발이 왼발보다 짧아서 걸음을 절었던 그는 문헌학 박사이자 불태울 만한 가치가 없는 소설 ‘미하엘’을 쓴 작가였다. 그가 무의미한 소설가였던 것은 실패한 화가였던 히틀러의 억하심정(抑何心情)과 오버랩된다.
괴벨스는 비록 하루뿐이었지만 독일 제3제국의 제2대 총리로 살았다. 히틀러가 죽으며 그를 자신의 후임으로 임명해서였다. 괴벨스의 진면목은 인류사가 공인하는 ‘대중 파시즘의 선구자’에 있다. 괴벨스는 이 분야의 원천 기술이자 사도 바울이다. 영향력만 따진다면 그는 좌익이든 우익이든 현대 정치와 현대사회 안에 엄청난 수의 제자들과 자발적 노예들을 거느리며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부럽지 않고 공맹(孔孟)에 꿀리지 않는다. 히틀러는 죽었지만, 괴벨스는 영생(永生)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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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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