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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하~’ 패색 짙어지자 尹측 한숨 또 한숨…국회측은 ‘기념촬영’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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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이 인용되자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심판정을 나서고 있다.[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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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8대0 전원일치 인용으로 끝났다.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국회 측 대리인단과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치열하게 다퉜다. 양측 모두 자신만만했다. 끝은 달랐다. 한쪽은 고개를 푹 숙였고, 한쪽은 헌법재판소 법정 중앙의 무궁화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4일 헌법재판소는 오전 11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8대0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22일, 같은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111일 만이다.

이날 오전 10시 24분 정청래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시작으로 양측의 대리인단이 속속 입정하기 시작했다. 헌법재판관들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국회 측에서는 정 위원장, 김이수·송두환·이광범 변호사가 앉았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윤갑근·배보윤·배진한·차기환 변호사가 착석했다. 나머지 변호사들은 두 줄로 나눠 앉아 정면의 법대를 응시한 채 선고를 들었다.

11시 문 권한대행이 선고를 시작했다. 법정 내에 일순간 긴장감이 돌았다. 문 권한대행은 평소보다 높고 단단한 목소리로 한자 한자 선고 요지를 읽어 내려갔다. 헌재는 먼저 탄핵 심판의 절차적 요건에 대해 판단했다.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고,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회 측 김이수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 권한대행을 잠시 응시했다. 윤 대통령 측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11시 4분, 본격적으로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직전까지는 탄핵 심판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는 ‘절차’의 문제였다. 윤 대통령 측 논리가 배척 당하더라도 본안에서 이길 수 있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문 권한대행의 입을 주시했다.

하지만 11시 10분이 넘어가자 윤 대통령 측의 ‘패색’이 짙어졌다. 문 권한대행이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하자 ▷국회 군경 투입 통한 의결 방해 시도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탄핵 소추 사유와 관련된 ‘소수 의견’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이 선고를 이어갈수록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고개가 하나둘씩 꺾였다.

문 권한대행이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했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내란죄 형사 재판을 모두 이끄는 핵심 인사다. ‘부정선거’를 강하게 주장하던 차기환 변호사도 푹 고개를 숙였다.

11시 15분께 국회 군경 투입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한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윤갑근 변호사가 입술을 움찔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한 듯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한 것이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변호사는 다시 입술을 삐죽이며 납득할 수 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차기환 변호사는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국회 의결 방해 시도와 중앙선관위 침입은 양측이 가장 크게 첨예하게 지점이다. 윤 대통령 측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군경을 보낸 것은 ‘질서 유지’라고 주장해왔다. 국회 권한 행사 방해는 ‘내란죄’ 구성요건으로 윤 대통령 측에게 크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어 11시 20분께 ‘국회 폭거’라는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 기각됐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 대립은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는 머리를 싸맸다. 국회의 줄탄핵, 예산안 삭감이야말로 ‘내란’이라고 주장해 왔다.

문 권한대행이 11시 21분 시계를 확인했다. 탄핵 심판 선고는 주문을 읽는 순간 효력이 발생한다. 문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선언하자 방청석에서 순간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헌재 직원들이 정숙을 요청해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이 먼저 일어나자 나머지 재판관들이 뒤따랐다. 문 권한대행은 왼쪽에 앉은 김형두 헌법재판과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퇴정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대부분은 곧바로 퇴정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모두 모여 기념 촬영을 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앉아있던 법대와 대심판정 중앙의 무궁화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를 떠나게 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내란 형사재판도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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