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윤석열 파면]
2022년 5월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며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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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권이 4일 막을 내렸다. 2022년 5월20일 출범 후 2년11개월1일, 1061일 만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법정 임기 5년을 채우지 못한 채 파면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이란 불명예만 남긴 채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영욕으로 점철된 윤석열정권의 3년은 대한민국에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여느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공과'가 존재하며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할 사안들도 있다. 윤석열정권의 '공과'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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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실종과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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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 된 12.3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적 가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 위헌적 행위였다. 명목은 '자유대한민국 수호'와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이었지만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민심은 등을 돌렸다. 8시간 만에 국회의 요구로 계엄은 해제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내세웠다.
결과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에서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해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했다. 탄핵심판 관련 현직 대통령이 헌재 심판정에 직접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헌재는 재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듣고 국회 CCTV 등 채택된 증거를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사진=임한별(머니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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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해병대 채수근 상병이 수해 복구 임무 중 안전 장비 없이 급류에 투입돼 사망하며 군의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1사단장을 포함한 지휘 책임자들을 경찰에 이첩했으나, 국방부가 이를 회수하며 '수사 외압' 논란이 확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러한 외압 의혹의 책임 논란에 시달렸다.
지난해 9월부터 정치권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명태균 게이트'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야기했다. 지난해 12월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경기장의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라고 했던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조명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 관계는 극도의 대립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는 삐걱거렸고 주요 국정 과제마다 충돌이 반복됐다. 검찰 수사권 조정, 방송법 개정안, 예산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국회는 장기 대치 국면을 보였다. 특히 검찰의 야당 대표 수사와 이에 대한 여야의 강경 대응은 정치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만 29명에 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총 25차례의 재의요구권(이하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민주화 이후 대통령 중 최다 기록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야당이 주도한 법안들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안), 해병대 채 상병 특별검사법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두 번 이상의 거부권이 행사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4.29.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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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사들에 대해 연이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며 갈등을 격화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계엄 사태 전까지 2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이러한 야당의 탄핵 공세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남발로 인한 국정 마비"라고 주장했고, 이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명분이 됐다.
이날 헌재는 "대립은 일방의 책임이 아니며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돼야 할 정치 문제"라고 지적하며 윤 대통령과 야당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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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과 4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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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경제 분야에선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경제 차원의 물가 안정이 대표적이다. 전세계적 고물가 속에 주요국 대비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2022년 7월 6.3%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2.1%로 내리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코로나19(COVID-29) 대응 등으로 확대된 국가채무도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전년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가 폭은 2020년 5.7%에서 2025년 0.8%(예산안 기준)까지 줄였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6838억달러를 기록했다. 대표적으로 UAE(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을 통해 유치한 3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협약은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방산 수출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K-방산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1주년을 맞아 3국 협력과 관련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18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DB) 2024.08.18. photo@newsis.com /사진=전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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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으로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으로 대변되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구체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일본 중심 외교에 치우친 결과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중국 수출 감소와 무역 적자라는 경제적 후유증은 윤 대통령이 임기 내내 경제적 성과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안보 측면에선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 성공 등으로 북한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했다. 이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외교적 성과와 맞물려 안보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며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과 거대 야당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개혁 동력이 현저히 약화했다.
의료 개혁은 윤 대통령의 핵심 개혁 과제였다. 대한민국 국민이 어디에 살든 질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의료 개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의대 정원 확대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해 2월 윤석열정부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 반발이 장기화했고 탄핵 정국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혁 동력이 상실되며 1년 만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6.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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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의지를 보였던 연금 개혁은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앞서 지난달 20일 여야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상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며 극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일각에서 "세대 간 불균형은 더 커지게 됐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지도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22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설치까지 여야가 합의하면서 지속할 수 있는 연금 체제 마련이라는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노동 개혁은 윤석열정부 초기 최대 성과 중 하나였다. 2022년 11월 민주노총 공공 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에 맞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법과 원칙을 내세운 엄정 대응으로 파업 철회를 끌어냈고 표준운임제 등 합리적인 제도개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에 대한 회계 공시 제도를 시행했다. 노조 내 고용세습 등 불법적인 단체협약은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성과도 뒤따랐다. 하지만 2023년 정부의 '주 69시간 근로' 논란을 일으킨 근로 시간 개편 정책이 좌초된 이후 노동 개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교육개혁의 분야에선 늘봄학교 도입, 유보통합 추진 등의 성과를 거뒀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책임 교육·돌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당초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이었던 늘봄학교가 2024년 2학기로 6개월 앞당겨졌다. 늘봄학교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윤석열정부 주요 사건일지/그래픽=이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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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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