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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이제는 국민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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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는 잔혹합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이국 만리에서 생을 마감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의 흉탄에 암살됐습니다.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감옥에 갇히거나 삶을 포기하거나, 가족들이 불행했습니다.

오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했습니다.

취임 1060일 만에 대통령실의 봉황기가 내려지고, 또다시 있어서는 안된다던 역사가 되풀이됐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쳤던, 어떤 결과가 나왔던, 이제는 새 출발을 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상처와 아픔의 역사를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할지가 시작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거대 야당의 횡포에 대해 조금은 지적하고,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요구했습니다.

"피청구인이 국회의 권한 행사가 권력 남용이라거나 국정 마비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정치적으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계엄'이란 극단적 행위를 정당화해주진 않았습니다. 정치로 해결해야 할걸, 무력으로 시도한 점, 엄연히 잘못입니다.

거대 입법 권력을 지닌 민주당도 탄핵이란 비싼 비용을 치른 만큼,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무소불위 같았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려다 낭패를 본 예가 있지 않습니까.

이젠 대통령 탄핵의 막은 닫고, 새로운 무대를 마련할 때입니다. 이재명 대표나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모두가 '국민'을 언급했듯, 앞만 보고 가야 합니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북군만 아니라 남군 전사자도 묻혀 있습니다. 한때 서로 총부리를 겨눈 적이었지만, 미국이라는 국가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되었습니다.

38년 전인 1987년 민주화 때 대한민국도 태극기 아래 하나가 되었습니다.

역사의 커다란 갈림길에서 타협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낸 대한민국, 하나 된 국민이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4월 4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이제는 국민의 시간'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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