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동남아행 일단 '올스톱'…중국 산업지형 바꾸는 트럼프 관세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세 메리트 사라져 이전 계획 백지화"…"베트남·멕시코 등 중국에 불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가기 위해 마이애미 국제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있다. 2025.04.04 /AFPBBNews=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폭탄 관세가 발효 이전부터 중국 산업 지형을 바꿔놓는 분위기다. 예정돼 있던 동남아향 공장 이전이 취소되는가 하면 운임은 급격히 치솟을 조짐이 보인다. 중국의 우회 기지인 멕시코나 베트남이 미국과 빠른 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에 불리한 조건을 약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한 일본계 제조업체 광둥지사 운영담당 이사는 해당 매체와 인터뷰에서 "회사 생산능력 일부를 동남아시아 모처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은 작년에 결정돼 올해 실행 예정이었지만 (미국의) 새로운 관세정책에 따라 추진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 운영담당 이사가 말한 관세정책은 트럼프가 전날(미국시간 2일) 발표한 전세계 주요 무역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말한다. 한국산에 25%를 위시로 중국산엔 34%, 베트남엔 46%, 태국엔 36%, 인도네시아엔 32%, 인도엔 26%의 상호관세가 각각 부과된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그간 중국의 대리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나라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길을 막겠다는 의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시안마켓을 운영하는 중국계 미국인 페르난도 칭 라우 역시 SCMP와 인터뷰에서 "베트남이나 터키, 멕시코 등으로 구매처를 옮겨볼까 했는데 미국이 이들 나라에도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 계획은 중단하거나 미뤄야 할 상황이 됐다"며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기업이 아니면 사실상 대응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다 광범위한 영향을 줄 만한 변수들도 떠오른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컨테이너비용은 현재 3만~5만달러(약 3050만~6750만원) 선인데, 시나브로 오른다. 관세인상은 일견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기업들이 급하게 새로운 노선 확보에 나서면서 특정 구간 수요가 폭증하고 컨테이너 품귀가 겹치며 운임이 폭등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올 여름엔 해상운임이 50%까지 가격이 인상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내에서 더 우려가 커지는 부분은 관세가 발효되는 9일까지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멕시코나 베트남 등 무역에서 미국의 지분이 절대적인 나라들이 빠른 합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의 총 무역액 중 미국 비중은 무려 62.6%, 베트남의 경우에도 23.3%로 상당히 높았다. 트럼프의 관세를 그냥 두고 볼 여유가 없다.

중-베트남산업서비스연맹의 가오전둥 사무총장은 "트럼프가 각국과 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카드로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주일 내 추가 조정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는 중국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주는데, 베트남이나 멕시코 같은 국가들이 관세 면제를 얻기 위해 중국계 현지 기업들을 겨냥한 예측 불가능한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EU(유럽연합) 등에도 고율 관세가 적용되면서 가격 편차가 줄어들어 첨단기술 기업의 경우엔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영장 청소로봇을 만드는 히포봇테크의 마크 리 대표는 "멕시코나 동남아로 공급망 이전 계획을 보류한 것은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주요 경쟁상대인 유럽 브랜드들이 같은 수준의 관세 인상을 맞이하게 됐다는 점은 가격경쟁력 격차 축소 면에서 오히려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