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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김복형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 존경하고 죄송"... 野 첫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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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 신념·결단 없이는 파면 불가능"
정 의원이 직접 '저격'한 적은 없지만
"을사8적" 등 극단 발언에 총대 멘 듯
"압박했기 때문에 압도적 파면" 분석도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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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돼 정치권의 비난을 받았던 헌법재판관들에게 사과했다. 정 의원이 직접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극단적 발언을 한 적은 없지만, 야권을 대표해서 처음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정 의원은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진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형식, 조한창, 김복형 재판관의 용기와 결단에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1일 동안 상상할 수 없는 압박과 근거 없는 비난 속에서도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굽히지 않고 헌법수호자로서의 소명을 다해주셨다"며 "오늘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의 승리는 그분들의 신념과 결단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야권에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제기했던 각종 근거 없는 공격을 사과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지연되자 헌재를 압박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통하는 거 아니냐"며 헌법재판관이 보수 진영 의원들에게 정보를 유출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객관적 사실은 부족했다. 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지 않으면 "을사 8적"(전현희 최고위원)이라는 극단적 발언도 나왔다.

정 의원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는 지나친 헌재 압박을 우려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없지 않았던 데다가, 조기 대선이 열릴 경우 민주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의심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달 말부터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왜 이렇게까지 세게 밀어 붙이냐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4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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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온 국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가운데 신속한 국정 혼란 종식을 위해 주 2회씩의 강행군으로 13차례에 이르는 변론 준비 기일과 변론 기일을 진행하며 이 사건 탄핵 사건 심리를 이끌어 오신 노고가 얼마나 컸나"라며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헌재를 압박하는 건 이 대표와 민주당에 좋은 영향은 안 끼쳤던 것 같다"며 "헌재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오히려 압박을 했기 때문에 헌재의 압도적인 파면 선고를 이끌어냈다는 분석도 있다. 초선 의원들의 국무위원 줄탄핵이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시 "중대결심"(박찬대 원내대표) 같은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헌재가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보수 성향 재판관들이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헌재를 압박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일이 잘 풀렸을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이 오히려 헌재를 어느 정도는 압박하는 그림을 보여주는 게 정무적으로 봐도 나았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헌재는 전날 8명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이 일부 쟁점에서는 위법이 아니라거나 파면할 만큼 중대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일부 야권의 분석이 무색해질 만큼 압도적인 결과였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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