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동행지원 서비스 모습. 광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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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오는지 기다렸어. 고맙고 사랑해. 딸보다 자네가 더 좋아.”
광주광역시 남구 방림동에서 도시락업종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이윤경 대표가 지난해 식사 지원을 하는 어느 할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다. 이 할머니는 자녀 넷이 있지만 발길이 뜸했고 경증 치매 증상도 있어 이웃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음을 돌보고 싶었던 이 대표는 도시락과 함께 간식, 미술치료 자료를 전달하며 계속 말벗을 자처했고 평소 말이 없었던 할머니는 “내가 언변이 없어서 표현을 잘 못 해”라며 속마음을 꺼냈다.
이 대표는 “전단이나 달력 뒷면에 삐뚤빼뚤 글씨로 감사 인사를 적어 주시거나 빈 도시락통에 반찬거리를 채워 돌려주시는 분들을 보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지난해 ‘우리가 좀 바빴습니다’에 이어 올해 ‘더이상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례집을 최근 펴냈다”고 6일 밝혔다.
‘더이상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에는 이 대표를 비롯한 지난해 우수사례 공모전 수상작 8편과 동구 13편, 서구 18편, 남구 17편, 북구 27편, 광산구 21편 등 일선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들의 이야기 96편이 실렸다. 공무원 사례만 다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협업기관·단체 사례(14편)를 추가했다.
광주동구지역자활센터에서 일하는 우경욱 담당자는 지난해 여름 긴급했던 상황을 맞닥뜨렸다. 원룸 주인의 도움으로 돌봄서비스를 받던 70대 파킨슨 환자의 집을 찾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119구급대원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쓰레기로 가득한 방에 속옷 차림의 노인이 눈을 뜬 채 쓰러져 있었다. 노인은 병원으로 이송해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광주광역시회 소속 김형석 물리치료사는 거동이 불편했던 70대 여성노인을 꾸준히 찾아 맞춤운동방법을 교육했다. 교육 20차례가 지나자 보행기에 의지했던 대상자는 집 안에서 홀로 걸을 수 있었고 집 앞 산책도 앞두고 있다.
광주광역시 발간한 지난해 통합돌봄 사례집 ‘더이상 혼자 아파하지 마세요’ 표지. 광주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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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57)씨는 북구, 한국토지주택공사, 무등종합사회복지관 등 다양한 기관의 협업으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우울증과 알코올 의존 증상이 심했던 ㄱ씨는 음주로 이웃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동 행정복지센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등과 연계해 영구임대주택단지 이주를 안내했다. ㄱ씨는 리모델링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임시 거처에 머물며 건강과 심리 상태 호전 여부에 맞춰 이사할 예정이다. 북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직원은 타인 접촉을 거부하는 ㄱ씨를 꾸준히 만나 친밀감을 쌓은 뒤 정기 상담하고 있다. 무등종합사회복지관은 대인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는 1세대(2023)는 지자체, 2세대(2023)는 공동체를 넘어, 올해는 의료서비스를 결합한 3세대 돌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광주다움 방문의료지원센터’를 설립해 방문진료·간호, 방문구강교육, 방문맞춤운동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임애순 광주시 돌봄정책과장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는 종합사회복지관, 경찰서, 건강관리소 등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하며 개인이 개인을 돌보는 체계를 넘어 이웃이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 돌봄으로 외연을 확장했다”며 “올해는 의료서비스를 더해 시민 모두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2023년 4월 시작한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연령과 소득, 가족 여부 등으로 선별하는 기존 체계의 틈을 메우는 돌봄 서비스다. 1660∼2642로 전화를 걸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시민 1만7000여명이 식사·안부확인 등 3만1000여건을 이용했다. 사례집은 광주시 복지플랫폼 누리집(welfare.gwangju.go.kr)이나 각 행정복지센터에서 볼 수 있다 .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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