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게 운동 선언을 한 건 좋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고난이 시작됐다. 여윈 팔뚝에서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 너무나 강한 자극과 함께 느껴져서다. 오감(五感)이라는 표현이 워낙 익숙하게 쓰여 사람의 감각도 다섯 가지가 전부인 줄 아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그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그중 평시에는 인지하고 있는 줄도 잘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감각 중 하나가 신체의 위치, 자세, 움직임, 힘 등을 느끼는 ‘고유감각’이다. 용어는 낯설어도 개념은 쉽다. 내 몸의 부속들이 제각기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정상성(正常性)에 대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좇지 않아도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이 내 입에 무사히 안착하는 건, 무의식 중에도 내 손과 입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어서다. 계단을 오를 때 애써 발밑을 살피지 않아도 우리는 무릎을 알맞은 정도로 굽혀, 발을 적당한 높이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발이 대략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고유감각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인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자체가 고유감각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평시에는 그다지 의식하지도 못하던 고유감각이지만, 근력 운동을 통해 팔뚝이 부풀어 오르면 근육 내의 고유감각 수용기가 평소보다 더 자극된다. 얄궂게도 묵직한 쇳덩이를 짊어지는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그토록 또렷하게 내 몸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부푼 팔뚝을 부여잡고 열심히 쇠질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지난 몇 달간의 궂은일을 통해 일종의 고유감각이 활성화된 게 아닐까.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늦게나마 깨달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근육통만 더 호되게 앓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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