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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4 (일)

    [일사일언] 사회도 근육통을 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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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전적으로 매제 탓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여동생 부부가 본가에 인사를 왔는데, 어머니 눈에는 탄탄한 몸의 새신랑이 비루한 몸매의 아들과 비교가 됐던 모양이다. 어릴 때는 분명 마른 체형이었는데, 어쩌다 이리 됐냐는 긴 푸념은 내 입에서 “다시 운동 시작하겠다”는 약속이 나오고서야 멈췄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더니, 애꿎은 아들이 씨암탉 대신 잡도리를 당했다. 누군 장모님이 없는 줄 아시나.

    당차게 운동 선언을 한 건 좋았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고난이 시작됐다. 여윈 팔뚝에서 ‘고유감각(proprioception)’이 너무나 강한 자극과 함께 느껴져서다. 오감(五感)이라는 표현이 워낙 익숙하게 쓰여 사람의 감각도 다섯 가지가 전부인 줄 아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그보다 훨씬 범위가 넓다. 그중 평시에는 인지하고 있는 줄도 잘 모르지만 무척 중요한 감각 중 하나가 신체의 위치, 자세, 움직임, 힘 등을 느끼는 ‘고유감각’이다. 용어는 낯설어도 개념은 쉽다. 내 몸의 부속들이 제각기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정상성(正常性)에 대한 감각이기 때문이다. 눈으로 좇지 않아도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이 내 입에 무사히 안착하는 건, 무의식 중에도 내 손과 입의 현재 위치를 알고 있어서다. 계단을 오를 때 애써 발밑을 살피지 않아도 우리는 무릎을 알맞은 정도로 굽혀, 발을 적당한 높이로 들어 올릴 수 있다. 발이 대략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고유감각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인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자체가 고유감각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평시에는 그다지 의식하지도 못하던 고유감각이지만, 근력 운동을 통해 팔뚝이 부풀어 오르면 근육 내의 고유감각 수용기가 평소보다 더 자극된다. 얄궂게도 묵직한 쇳덩이를 짊어지는 힘든 상황이 되어서야, 그토록 또렷하게 내 몸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부푼 팔뚝을 부여잡고 열심히 쇠질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사회도 지난 몇 달간의 궂은일을 통해 일종의 고유감각이 활성화된 게 아닐까. 우리 사회가 어디쯤 와 있는지를 늦게나마 깨달은 건 좋은 일이지만, 근육통만 더 호되게 앓는 건 아닐지 염려된다.

    [박한슬 약사·숫자한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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