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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7일 오후 경북 영덕의 한 농가에서 소똥 더미 속 보이지 않는 불씨와 싸우는 김동석 소방위(오른쪽)
지난달 27∼28일 경북 산불 현장에 출동한 인천 계양소방서 김동석 소방위가 7일 언론에 '1박2일 분투기'를 보내왔습니다.
김 소방위는 기고문에서 소화전도 드물고,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오가며 가축 분뇨에 붙은 불을 끄려고 애를 써야 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습니다.
또 전화 통화에서 "소똥에 붙은 불이 얼마나 무서운지 처음 절감했다"고 말했습니다.
◇ 3월27일 오전 3시쯤 인천 계양소방서에서 '화학차'를 타고 경북 영덕으로 향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보며 긴장과 걱정이 교차했습니다.27일 오후 1시17분쯤 처음 출동한 현장은 영덕의 한 한우 축사였습니다.
산 쪽에 가축분뇨 적치장이 있고, 길 건너에 축사가 있었습니다.
축사는 전날의 화재로 크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바닥에 남은 소똥과 왕겨에서 계속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더 큰 문제는 길 건너 산기슭에 쌓인 소똥이었습니다.
볏짚과 섞인 데다 마른 소똥은 불이 잘 붙고, 일단 불이 붙으면 잘 꺼지지도 않았습니다.
겉에 물을 뿌려도 속에는 불씨가 살아 있을 때가 많았고, 바람이 강한 탓에 언제든 불꽃을 일으켜 산불로 번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3명이 팀을 이뤄서 한 명은 물을 뿌리고, 2명은 소똥을 갈퀴로 뒤집기를 되풀이했습니다.또 다른 문제는 산기슭에 드문드문 농가가 있는 곳이다 보니 소화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이 떨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10∼15분 거리의 소화전이 있는 곳으로 소방차를 몰아 물을 채우러 가고, 나머지 2명은 불길이 번지지 않게 현장을 지켜야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소화전을 어떻게 찾았느냐고? 요즘 '티맵' 앱을 보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소화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소방차가 물을 채우러 간 동안 불길이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주변으로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악전고투 끝에 다행히 산으로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27일 밤이 되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불꽃들이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고, 119 신고가 쇄도했기 때문입니다.
27일 오후 8시쯤 이번엔 영덕의 한 축사 마당에 쌓여 있던 대량의 사료용 볏짚이 불타는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포클레인까지 동원했지만,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지역 소방차와 합동 작전을 펼쳤습니다.
한 대가 불을 끄는 동안 다른 소방차가 소화전에 물을 채우러 갔습니다.
나도 급수 지원을 하려고 끊임없이 현장과 소화전을 오갔습니다.
좁고, 허술하게 포장된 시골길이 물을 가득 실은 소방차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꺼지기라도 하면 전복 사고가 날 위험이 있었습니다.
산속이라 가로등도 없는 가운데 짙은 연기 속에서 물을 실어 나르는 내내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사투를 벌이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28일 오전 1시.
27일 오전 2시에 일어났으니 23시간째 쉬지 않고 사투를 벌인 셈이었습니다.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 지휘 본부에 교대를 요청했습니다.
28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집결지인 영덕 무형문화재전수관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몸에 밴 소똥 냄새가 너무 심해서 샤워하고 눈을 붙였습니다.
2시간쯤 잤을까, 28일 오전 5시42분에 다시 출동 명령을 받았습니다.
영덕의 축사에 쌓인 대량의 사료용 건초에 불이 붙어있었습니다.
27일 밤 불을 끈 곳에서 50m쯤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포클레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포클레인이 도착할 때까지 갈퀴로 직접 건초 더미를 뒤집으며 물을 뿌리길 되풀이했습니다.
매캐한 연기 탓에 숨을 쉬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오전 8시58분까지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28일 오전 9시30분쯤 집결지로 복귀한 후에야 간단한 샤워와 늦은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1박2일 분투가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의성 산불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국가적 재난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절실히 느낀 것은,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었습니다.
산불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와 시민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건조한 날씨 속에서 작은 부주의가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올 수 있음을 기억하고, 산불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등산 시 화기 소지 및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봄철 논·밭두렁 태우기는 화재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
또한, 고춧대와 같은 작물 수확 후 남은 가지 및 농업 부산물 소각 역시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파쇄기 대여를 지원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 안전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번 산불 진압 활동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동료들과 함께였기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응원과 격려는 지친 몸과 마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산불로 희생되신 국민과 임무 수행 중 순직한 헬기 기장 박현우 님, 그리고 경남 산청에서 산불 진화 작업 중 순직한 창녕군 소속 산림녹지과 공무원과 산불 전문 예방진화대원들께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합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소방관·경찰·군인·산불진화대·자원봉사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애써주신 것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천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동석)
(사진=김동석 소방위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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