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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대화와 소통 없는 홍준표 시장, 대선 때도 그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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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재임 기간에 여의도 정치판처럼 고소·고발 남발
'독선적인 이미지' 질문 받고 "지도자라면 당연" 응답


11일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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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대구=박병선 기자] 대구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2년 10개월 동안 홍준표 대구시장의 업무 스타일을 지켜본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역대 시장들은 레일을 달리는 기관차처럼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달렸다면, 홍 시장은 스포츠카가 고속도로를 좌충우돌하며 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좌충우돌'이라는 것은 업무 추진력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며 이리저리 부딪히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한 구청장은 "구청장·군수들과 함께 만나면 홍 시장은 계속 자기 얘기만 한다. 뭔가 건의를 하려 해도 할 틈도 없고, 설령 하더라도 제대로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홍 시장과 가까운 구청장 두어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리를 함께 하기 꺼린다고 했다.

지역 정계, 경제계 등의 인사를 만나보면 많은 이들이 "홍 시장이 저런 분이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경륜과 웅변으로 지역 인사들을 압도했을지 모르지만,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홍 시장이 과거 화려한 경력을 쌓는 동안 어떻게 행동했는지 모르겠지만, 시장 재임 기간 동안에는 대화와 소통 보다는 분란과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이 많았다.

그간 시민단체·언론사·야당·노조원 등과 고소·고발전을 벌이는 과정을 보면 요즘 말로 '웃프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툭하면 고발장을 쓰는 것을 보면서 상식적이지 않아 웃기고, '대구의 큰 어른'으로서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슬픈 것이다.

물론 맞대응 측면이 있기도 했지만 홍 시장 측근이나 공무원들이 시민단체나 언론사 등을 고발한 것이 대충 헤아려도 20차례에 가깝다.

고소·고발 건수는 1995년 민선 시장 취임 이후 30년 간 살펴봐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시민단체가 먼저 고발하고 특정 언론사가 비판 기사를 보도하더라도 대화·설득할 자리를 한 번쯤 가질 법 한데도, 아예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고 고소·고발로 대응해온 것이다.

고소·고발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응징 수단으로 삼는 것인지, 자신과 색깔이 다른 이들과 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하는지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두 가지 목적을 다 갖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조차 "그들도 시민일진대 고소·고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지만, 그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는 소식은 없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역대 시장의 정책을 비판해 왔지만 고소·고발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과거에는 1년에 1~2차례 시장과 대화하고 공무원들과 만나면서 서로의 간극을 좁히곤 했지만 홍 시장 취임 후 그런 자리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풍경은 대화와 소통 없는 여의도 정치판의 구태를 지역 사회에 고스란히 옮겨놓아 갈등과 분열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습'처럼 보인다.

지역 단체장은 여의도 정치판처럼 피아를 가리고 상대를 쳐부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정치' '주민 행정'을 중심에 두고 있음은 상식이다.

아직 홍 시장은 자신의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하다.

홍 시장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독선적 이미지가 있다'는 질문에 "독선 없이 여론에 따라가는 지도자는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을 들면서 "(김 장관과는 달리)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11일 시장직을 사퇴하는 홍 시장의 행태를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그가 더 높은 자리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은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경륜과 정치 감각, 메시지 전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대화와 소통 능력은 시장 재임 중 보여준 것만 고려하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대선 후보가 되어서도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자신에게 거슬리는 이들을 배척하려는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지 궁금해진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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