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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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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박사님!”...채용 청탁하고 아부한 국민의힘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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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명태균PC'를 입수해 포렌식 분석한 결과, 명태균 씨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은 전·현직 국회의원이 최소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1명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었다.

'명태균PC'는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창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약 2년 동안 사용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전문 업체의 포렌식 작업을 의뢰해 누군가 삭제한 카카오톡 대화 상당량을 복원했다. 지난 1월 뉴스타파가 처음 세상에 공개한 '명태균-김건희' 및 '명태균-윤석열' SNS 대화 280개를 담은 검찰 수사보고서도 '명태균PC'가 바탕이 됐다.

그런데 뉴스타파 확인 결과, 검찰은 명 씨와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카톡 대화 일부분을 수사보고서에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일부는 명 씨와 단순히 안부 인사를 나눈 정도였지만, 다른 일부는 사법 처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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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입수해 분석을 마친 '명태균PC' 실물 사진.
실세 명태균 증명하는 카카오톡 대화들...김영선 "더 노력할게"
'명태균PC'에서 복원된 카카오톡은 명 씨가 윤석열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1년 4개월 동안 나눈 대화들이다. 이 기간 김영선 의원은 명 씨와 2,900회가 넘는 카톡을 주고받았다. 이를 통해 당시 두 사람이 어떤 관계였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2022년 11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장을 맡게 된 김영선 의원은 공공산후조리원 확충과 24시간 영유아 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명 씨는 김 의원에게 여러 자료를 보냈다. 2022년 11월 27일, 명 씨는 김 의원에게 “2021년_산후조리원 관리 운영 편람(출산정책관)_최종.pdf”이라는 파일을 전송했다. 이때 명 씨는 김 의원에게 자신이 준 파일을 “학습”하라고 했는데, 김 의원은 “보좌진이 준 자료를 읽고 이론적 학습을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명 씨는 김 의원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올린 자료나 읽어 보고 말하세요. 이런 문자 보내는 건 날 두 번 무시하는 겁니다. 제발 정신차리세요. 변명 지겹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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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2022.11.27) 명태균 PC 포렌식 작업 후 이미지 재구성
며칠 뒤 김 의원은 명 씨에게 "사과한다"며 “잘 배우고 가는 방향을 잘 숙지하도록 더 노력해. 사과하는 것은 공력을 들인 자료를 늦게 공부하고 자료가 제공하는 내용과 방향을 숙고하여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도 명 씨의 분노가 풀리지 않자 김 의원은 “본부장이 이해하고 요구하는 대로 사고하지 않으면 집에서 쫓아낼 정도로 신뢰가 없고 진심이 없는 거야?”라며 “우리 일은 정치 가족이야. 왜 달라? 하물며 가정을 너머 세상을 다루자며?”라고 덧붙였다.

민간인 명 씨는 김 의원에게 “니 미쳤나!”라며 수시로 카톡 폭언을 했지만, 김 의원은 매번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다. 5선 국회의원이 민간인 명태균 씨를 대하는 태도는 명 씨가 윤석열과 김건희를 통해 김 의원의 공천을 받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명태균에 아침 인사한 신성범은 채용 청탁용 카톡
KBS 기자 출신으로 제18,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국민의힘 신성범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돼 3선 국회의원이 됐다. 명 씨의 연락처에는 '신성범/전.국회의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신 의원은 야인 시절이었던 2022년에 명 씨와 300여 차례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주로 신 의원이 먼저 안부를 물었다. 2022년 9월 19일, 명 씨가 신 의원에게 자신의 사진과 함께 “20kg 감량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당시 신 전 의원은 “인물이 더 환해지셨다”며 “면모일신한 명 박사님 빨리 한양에서 뵙시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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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범 의원과 명태균 씨가 나눈 카카오톡(2022.9.19.) 명태균PC 포렌식 복원 후 이미지 재구성
또 명 씨가 김영선 의원의 의정 활동을 홍보하는 기사 링크를 공유하자 신 의원은 “박사님의 의식화 교육 성공 사례 ㅋㅋ”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이때 이미 명 씨가 김영선 의원을 가르치고 지시하는 위치에 있다는 알고 있었던 걸로 보이는 대목이다.

2023년 1월 17일 새벽 4시30분, 명 씨가 ‘경남도, 내년도 방위산업 분야 국비확보 선제 대응’이라는 기사를 공유하자, 신 의원은 “새벽이 일어나셨네요. 푹 주무시고 건강을 잘 챙기세요. 9시경 전화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명 씨가 “보내주신 사과 선물 감사합니다”라고 답변 카톡을 보냈다.

신 의원은 명 씨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한강 아침 기운 받으시라”며 이른 오전에 자신이 찍은 풍경 사진을 보냈다. 두 사람은 산책 중 발견한 말이나 꿩 사진도 공유하며 친밀한 사이를 유지했다. 여기까진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명태균PC'에서 신 의원이 야인이었던 시절에 명 씨에게 인사를 청탁하는 메시지를 보낸 카톡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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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범 의원과 명태균 씨가 나눈 카카오톡(2023.4.16.) 명태균PC 포렌식 복원 후 이미지 재구성
명 씨는 5분 뒤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전투기와 헬기를 만드는 방산 기업이다. 이 대화 즈음은 명 씨가 창원산단 지정을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현대로템 같은 방위 산업 대기업들과 수시로 접촉할 때였다. 명 씨에게 KAI 고위직과 통하는 네트워크가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성범 의원은 뉴스타파에 "명 씨에게 채용 청탁한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명태균)가 KAI 잘 안다고 그랬다. 그래서 편의 한번 봐줄 수 있느냐 했는데 그 후로 결과가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 지역구에 누가 나한테 이야기를 했거나 지인이 청탁을 한 걸로 사료가 되고 그것을 KAI에 알만한 사람인 명태균한테 이야기를 했다"고 답했다.

신 의원은 자신의 청탁 사실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한다면 원칙적으로 본다면 어색하긴 하지"라면서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신 의원이 부탁한 이모 씨는 최종 합격에 까진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신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었던 만큼,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

수시로 명태균에게 물은 조명희 의원 “최고위원 나가볼까요?”
명 씨와 140여 차례 카톡을 주고받은 조명희 전 의원은 현역 시절이었던 2022년, 명 씨에게 자신이 특정 행사에 참석할지 말지를 물었다. 윤석열 정권 초반인 2022년 12월 28일, 조 전 의원은 명 씨에게 권성동 의원실에서 보낸 송년회 일정 카톡으로 공유했다.

●조명희 : 여기에 가야 하나요?
◯명태균 : 시간되시면... 안가도 됩니다
●조명희 : 권성동은 윤심 아닌감?
◯명태균 : 그렇게 보면 유승민 빼고 다 윤심 아닌가요?
●조명희 : 대선 캠프 차원인지 아님 권성동 당대표 후보 차원인지 헷갈려서요ㅋ
◯명태균 : 권성동
●조명희 : 권성동 개인 당대표 차원이라 안가기로 했어요
◯명태균 : 잘하셨어요
- 조명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2022년 12월 28일)


조 전 의원은 자신이 최고위원에 출마할지 말지도 명 씨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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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희 의원과 명태균 씨가 나눈 카카오톡(2023.1.30.) 명태균PC 포렌식 복원 후 이미지 재구성
이밖에도 조 전 의원은 명 씨와 그의 측근들을 초대하는 만찬 일정을 수차례 조율하는 카톡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만남과 연락은 김영선 의원실 보좌진들도 잘 아는 사실이라고 한다. 한 보좌진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조명희 의원은 명 씨를 정치적 스승처럼 여기고 따랐으며 수시로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현직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은 명 씨가 다음 선거에서 공천을 줄 수 있는 실세라고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조 전 의원은 취재진에게 "권성동과는 별로 친하지 않아 기억이 없다. 최고위원 출마도 그런 생각을 내가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나는) 과학자, 교수 출신으로 정치는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원 출마 여부를 명 씨에게 물은 것에 대해서는 "(당시) 여러 의원들에게 물어본 것 같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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