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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에 3월 美 CPI 예상치 하회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전년 동월과 비교해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2.5%) 보다 소폭 낮은 수치로, 지난 2월 상승률(2.8%)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CPI는 전월 대비로는 0.1% 떨어졌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8%(전월 대비 0.1%)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3%)를 하회했다.
김주원 기자 |
CPI 상승세 둔화에 기여한 것은 에너지 가격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서 3.3%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위협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여기에 1~2월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던 계란 등 식품 가격도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이 잦아들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실제 전월 대비 계란 값 상승률이 2월에는 10.4%에 달했지만, 지난달에는 5.9%로 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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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로 CPI 4%까지 오를 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향후 물가 향방에 가장 큰 변수다. 중국산 수입품에 미국 정부가 124% 관세 폭탄을 터트리면서, 이달 CPI 집계부터는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수입하는 가구와 의류·전자제품에 중국산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라 하우스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무역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관세는 더 빠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3월은 올해 인플레이션의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관세로 인한 물가 재상승 경고음은 벌써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달 집계한 ‘1년 기대 인플레이션’는 5%로 지난 2월 집계치 대비 0.7%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고물가 우려가 커졌던 지난 2022년 11월과 같은 수치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물가 상승률 확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1%로 2월(3.5%) 대비 0.6%포인트 올랐는데, 1993년 2월 이후 3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을 보였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향후 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해당 수치가 오르면 실제 물가 상승률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폴 애슈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CE)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둔화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의 CPI가 향후 4% 수준에서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이는 Fed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보다 두 배 이상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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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정책 불확실성, 물가 확대 오래갈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하락 등의 주요 원인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라고 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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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플레이션’ 우려에 Fed도 금리 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Fed는 9일(현지시간)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경제에 미칠 순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다수 참석위원이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물가 상승률 확대 효과가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할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위원들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지속하는 가운데, 고용 전망이 악화한다면 어려운 상충관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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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재연? 트럼프·파월 금리 충돌 가능성
Fed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2018년 금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의 발생했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며 “금리를 인하하라, 정치하는 것은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파월 의장은 “높은 관세가 향후 몇 분기 동안 물가 상승률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관세가 일시적인(temporary) 물가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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