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불 관세 부과한 중국·EU와 대조적
9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에 수출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캄보디아는 미국으로부터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인 49%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시아누크빌=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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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 직격탄을 맞은 동남아시아가 ‘보복’이 아닌 ‘대화’를 선택했다. 중국처럼 또 다른 관세 부과 맞불을 놓는 대신, 관세율을 조금이라도 낮춰보려 협상 문을 열어두는 유화책을 꺼내 들기로 했다.
11일 동남아 각국 매체를 종합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경제 수장은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만나 “미국의 전례 없는 파괴적인 조치(관세)로 지역 전체가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는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어떠한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대응에 나서기보다는 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먼저 시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역 차원에서 미국발(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아세안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기로 했다. TF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정학적·경제적 문제에 대응하고 동남아시아 지역 차원의 전략 마련에 나서게 된다.
안와르 이브라힘(앞줄 왼쪽 여섯 번째) 말레이시아 총리가 1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 각국 경제 수장과 미국발 상호관세 부과 대응 방안 회의를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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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가 참여한 연합체로 지역 안보·경제 핵심 축이다. 국제 외교와 세계 경제 무대에서 입지가 작은 개발도상국들이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개별 국가 경제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10개 회원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경제 규모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아진다.
이번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자 손을 맞잡고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앞서 미국은 캄보디아(49%)와 라오스(48%) 베트남(46%) 태국(36%)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4%) 등에 초고율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중 갈등에 지정학적 부담을 느낀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수년 새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각국의 대미 흑자 폭이 커지자 내놓은 조치다.
아세안이 맞불 관세로 보복에 나선 중국과 달리 대화를 선택한 것은 미국이 당초 9일 시행 예정이었던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이후 ‘협상’ 여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8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 관세율 조정을 위한 무역 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대표단은 10일부터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연달아 회담을 갖고 실무 협의에 나서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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