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
劉 “옳지 않은 길, 발 딛지 않아”
국힘 경선주자, 강성 보수 대다수
지지율 흡수 셈법 속 ‘러브콜’ 쇄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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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유승민 전 의원까지 경선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다. 보수 진영 잠룡들 중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이들이 자진 하차하면서 국민의힘 경선이 강성 지지층 위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날 밤 결단”…吳, 전격 불출마 선언
오 시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며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다시 보수에 국정을 책임질 기회를 주시려면 책임 있는 사람의 결단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 시장의 결단 배경으로는 저조한 지지율이 꼽힌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3~5% 지지율을 기록했던 오 시장은 명태균 관련 수사, 토지거래허가제 번복으로 홍역을 치렀다. ‘한덕수 차출론’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8~10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한 총리 등장과 함께 오 시장의 지지율이 2%까지 내렸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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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옳지 않은 길에는 발을 딛지 않겠다”며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 아무런 절박함이 없다”며 “이재명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는다”고 적었다. 또 “대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패배후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에 분노한다”며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포함된 경선 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당헌에 명시된 역선택 방지 조항은 경선 과정에 실시되는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다른 정당 지지층의 당내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당심(黨心)’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아 외연 확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유 전 의원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는 이유로 10년간 핵심 보수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란 비판을 받아왔다.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시민들과 함께 부끄럽지 않은 보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우리 정치의 개혁을 위해 계속 나아가겠다”고 했다.
‘중도 보수’ 빠진 경선판…강성 목소리↑
국민의힘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주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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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양향자 전 개혁신당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이 중 안 의원과 양 전 의원, 한 전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장외 탄핵 반대 투쟁에 앞장섰던 윤상현 의원도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철회했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러브콜’도 시작됐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오 시장을 향해 “오 시장과 함께 재조산하(再造山河)의 꿈을 이루어 완전히 새로운 나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전 장관도 “이재명 집권을 막는 정권 재창출의 대장정에 오세훈 시장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메시지를 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고,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면서 민심과 당심 사이 줄타기 전략을 구사했다.
안 의원은 오 시장을 향해 “약자와의 동행은 당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을 향해서도 “이기는 보수, 다시 도약하는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유승민 의원님도 힘을 모아주시라”고 했다. 한 전 대표도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을 함께 언급하며 “제가 앞장서서 구태와 퇴행의 이전투구가 아니라, 변화와 혁신의 경연장으로 만들어 보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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