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조림·자연 복구 동시에 진행
14일 오후 드론을 띄워 지난 2019년 산불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의 한 산지를 찍은 모습. 6년이 지난 현재 왼쪽 아래로는 자연 복원된 참나무들과 2019년 산불 당시 불길을 피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반면 나머지 인공 조림된 구역에 있는 소나무 묘목들은 대부분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고, 말라 죽은 경우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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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한 산지. 비포장 임도(林道)를 따라 50m쯤 올라가니 산 경사지 곳곳에 꽂혀 있는 흰 막대기가 보였다. 2019년 4월 발생한 산불로 일대 소나무림(林)이 불타자 이듬해 산림청이 소나무를 조림하면서 ‘복구 완료’의 뜻으로 흔적을 남긴 것이다. 5년이 지났지만 말라 죽은 묘목이 대부분이었고, 죽지 않은 소나무는 키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도 자라지 못했다. 오히려 묘목들 사이 자연 발아한 오리나무가 3m 정도 크게 자라 있었다.
산불은 ‘복원’이라는 숙제를 남긴다. 우리나라는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화마의 상흔을 빠르게 지울 수 있는 인공조림 방식을 주로 택해왔다. 땅을 갈아엎은 뒤 생장이 빠른 소나무 묘목을 심어 복원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올봄 영남 산불을 계기로 이런 복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을 특정 수종으로 채우는 것이 오히려 산 생태계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
옥계면은 2019년 산불 이후 ‘인공조림’과 ‘자연복구’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강원 영동 지방은 봄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진 서풍(西風) 때문에 가뜩이나 건조도가 높은데, 그중에서도 옥계면은 분지 지형이라 특히 더 건조하다. 2000년대 이후 피해 면적이 100ha(헥타르·약 1㎢) 이상인 대형 산불만 4차례 발생했다. 첫 산불인 2004년 현내리·낙풍리 일대 430ha(약 4.3㎢)가 불탔고, 민둥산에 소나무를 심었다. 2017년 산계리·현내리·낙풍리에 또 산불이 나면서 13년간 키운 소나무를 비롯해 160ha(약 1.6㎢)가 잿더미가 됐다.
불과 2년 후인 2019년에는 마을 4곳에 1033㏊(10㎢)가 불타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다시 소나무림이 잿더미가 되자 ‘인공조림’과 ‘자연복구’를 둘러싸고 의견이 충돌했다. 산림청은 피해 지역 한쪽은 인공조림을, 다른 한쪽은 자연복구를 하기로 했다. 두 사례를 비교해 향후 산불 피해 복구 모델을 발전시키자는 취지였다.
옥계 산불후 인공조림(왼쪽)과 자연복구(오른쪽)을를 동시에 하고 있는 현장 모습. 2024년 5월 사진이다./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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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복구는 인공조림보다 장점이 많은 복원 방식으로 평가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 발생 20년 후 숲과 토양 회복력 평가에서 자연복구 지역의 토양 유기물과 양분 회복 속도가 인공조림 지역보다 각각 1.5배, 1.3배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조림은 땅을 갈아엎는 과정에서 지반을 잡고 있던 나무 뿌리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홍수로 인한 산사태 위험도 커진다.
임치홍 서울여대 생물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인공조림을 하더라도 소나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기후·생태 변화를 고려해 수종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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