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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어쩌면 호재... 트럼프 관세 정책 기대된다는 새내기 화장품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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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바의 화이트 트러플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 /달바글로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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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4월 13일 17시 4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피 상장 도전에 나선 K뷰티 기대주 달바글로벌이 미국발 관세전쟁 속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전방위적인 상호 관세를 발표할 때만 해도 대형 악재가 터져 상장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한 상호 관세를 연기한 현재로서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달바글로벌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올렸지만, 정작 미국 매출 비중은 K뷰티 경쟁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중국과 가격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 달바글로벌은 관세 영향을 구체화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내고도 몸값은 유지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뷰티 브랜드 ‘달바’ 운영사 달바글로벌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으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감독원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미 수출품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 추가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정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 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행정명령 서명 이후 요동치고 있다. 당장 지난 5일 세계 모든 나라의 대미 수출품에 10% 일괄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가 발효됐다. 그나마 상호관세(한국 25%)는 90일 유예됐다.

달바글로벌은 정정 증권신고서 상당 부분을 관세 관련 불확실성 및 변동성 우려 설명에 할애했다. 특히 회사 측은 “기존 무관세였던 한국 화장품 품목에 새로운 비용 부담이 발생했다”며 “비용 증가 등 간접적인 수익성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상장 후 시가총액은 지난달 25일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 5만4500~6만6300원) 상단 기준 8002억원을 유지했다. LG생활건강, 에이피알, 한국화장품, 브이티 등 비교기업 4개사는 물론 PER 멀티플, 할인율도 그대로 뒀다.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LG생활건강 주가는 30만9500원으로 올해 고점 대비 4% 하락했고, 올해 종가 기준 7만1300원까지 올랐던 에이피알 주가가 6만5900원으로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한국화장품, 브이티 등의 주가도 관세 우려에 약세를 보였다.

달바글로벌은 관세 불확실성을 호재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요소에 “현재 미국의 관세정책은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국가별 관세 부과 정도에 따라 비교우위를 가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적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달바글로벌이 실제 미국 트럼프발 관세정책 불안 속 여타 K뷰티 브랜드 대비 비교우위를 점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우선 달바글로벌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매출 대비 미국 매출 비중은 7%에 그쳤다.

미국은 최근 중소 인디 브랜드 중심의 K뷰티 인기의 중심지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이 최초로 100억 달러를 돌파한 뒤에도 미국이 있었다. 지난해 미국향 K뷰티 수출량은 전년 대비 6억9000만 달러 증가, 전체 수출액의 18.7%를 미국이 차지했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 추이(단위: 억 달러). /한국무역통계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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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대표주자로 달바글로벌의 주요 비교기업인 에이피알만해도 지난해 전체 매출의 22%를 미국에서 올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64%로 증가했고, 이중 미국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28%까지 올라선 것으로 집계됐다.

달바글로벌도 해외 매출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전체 3091억원 매출의 45.61%인 1409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다만 해외 매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러시아였다. 이조차 전체 매출의 13.0%로, 2위는 일본(10.2%)이 차지했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달바글로벌은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에이피알과 비교해 관세 위험 노출도가 낮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매출 비중이 작다는 것은 이 시장에서 추가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바글로벌의 주력 제품인 미스트세럼의 공급 단가가 낮다는 점도 에이피알 대비 비교우위 요소로 꼽힌다. 뷰티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에이피알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뷰티디바이스 기기 판매에서 올리는데 관세 부과 시 가격 부담이 커진다.

구체적으로 에이피알의 대표 제품으로 꼽히는 메디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의 미국 시장 판매가는 약 200달러선이다. 원가율이 약 3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단가는 60달러 수준으로, 10% 관세 부과 시 6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달바글로벌 미스트세럼 판매가는 35달러 수준이다. 최대 11달러 수준 공급가에 10% 관세를 판가에 전가해도 판매 가격은 36달러 내외에 머문다. 1달러 내외 인상분은 공급가 인하나 현지 유통사와의 비용 분담 방식으로 조정할 여지가 크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상호관세 25% 유예가 끝나는 올해 하반기는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아직 미국에서 K뷰티 인기는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1달러 내외 인상분은 현재 유통사가 프로모션 축소 등의 방식으로 자체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미 수출품 관세 부과가 K뷰티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가성비를 내세운 K뷰티 브랜드와 경쟁 관계를 구축했던 중국 화장품이 한국 대비 더 많은 상호관세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서다.

가령 중국에서 화장품을 생산해 10달러 안팎의 가격으로 미국 젊은 소비자층을 사로잡았던 엘프뷰티가 위기에 처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0일 상호관세를 유예하면서 중국은 제외했다. 중국산 제품에는 125% 관세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장품 산업이 강한 유럽의 대미 상호관세율이 20%로 한국대비 유리하기는 하지만, 유럽 화장품과 K뷰티가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달바글로벌 등 K뷰티는 색조 화장품이 아닌 기초 화장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한국콜마 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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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위탁 제조 생산 국내 1위 기업인 한국콜마가 향후 달바글로벌의 미국 시장 지원군이 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콜마는 달바글로벌 지분 2%를 보유한 주주로, 미국에 이미 화장품 제조 공장을 갖췄다. 달바글로벌 물량 생산 시 무관세가 적용된다.

회사 측은 “미국 종속법인을 기반으로 유통을 전개하고 현지 생산설비를 보유한 위탁 제조사(OEM/ODM)를 이용하여 주요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전략적 완충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로 국내외 증시가 숨 고르기에 나선 점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당장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공모주 시장 투자 열기가 식었고, 중소형 기업보단 대규모 공모자금을 모으는 대형 IPO 기업일수록 흥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달바글로벌은 신주 모집 60만4000주(공모 주식의 92.4%), 구주매출 5만주 등 총 65만4000주를 모집한다는 방침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공모 금액은 434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일반 청약을 거쳐 내달 중순 상장을 목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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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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