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공격...中 틱톡 '여론전 무기'
美명품 OEM 공장서 영상 찍는 틱토커들
"100불짜리 명품 레깅스 원가는 5불"
트럼프 관세 조롱·비판하는 영상도 인기
美 틱톡 이용자만 1.7억명…여론전 효과
중국의 한 틱톡커가 미국 브랜드의 한 중국 OEM 공장을 찾아가 찍은 영상. 영상속에서 그는 미국에서 100달러에 팔리는 제품의 원가가 사실 6~8달러짜리라고 말한다. [사진=틱톡 캡처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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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 제품의 일부를 생산하는 기업이 중국 이우에 있다. 룰루레몬에서 100달러에 파는 재킷을 이곳에선 6~8달러에 생산한다. 소재와 품질도 똑같다."
틱톡에서 @rosie.sportswea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 중국 인플루언서가 미국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의 중국 저장성 이우의 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공장에서 찍은 동영상이다. 이 인플루언서는 룰루레몬뿐만 아니라 휠라 언더아머와 같은 미국 다른 브랜드 의류도 생산하고 있다며 관심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말한다.
현재 이 영상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580만명이 넘게 시청했을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고마워요, 트럼프. 중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되는 이런 회사들을 많이 노출시켜 주다니", "해당 회사와 어떻게 접촉할 수 있나요" 등 6000개 넘는 댓글도 달렸다.
영상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어떻게 저렴한 가격에 생산되는지 보여준다. 저품질의 '짝퉁(모조품)’으로 여겨졌던 중국산 제품들을 사실은 미국·유럽 등에서 명품 브랜드에서 '라벨'만 새로 붙여져 수십 배 높은 가격에 팔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셈이다.
그는 "무역전쟁이 진짜와 가짜를 판가름하게 해줬다"며 사실상 중국이 만든 저렴한 제품이 '진짜'고, 저렴한 제품을 비싸게 판 명품 브랜드가 '가짜'임을 시사했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이틀 만에 1000만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60만명이 넘게 ‘좋아요’를 눌렀다.
틱톡에는 미국의 관세정책을 맹비난하며 미국인들에게 행동을 취하라고 촉구하거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조롱하는 인플루언서의 영상도 속속 올라온다.
@neil778027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한 중국인 인플루언서는 영상에서 미국인을 향해 “지금 필요한 건 관세가 아닌 혁명”이라고 호소하며 미국의 정치 행태를 비판했다. 이 영상은 200만명이 넘게 시청하고 2만개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블룸버그는 단기간에 이처럼 유사한 주제의 영상이 쏟아져 나온 것은 중국산 제품에 145% 관세를 부과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폭탄 조치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틈을 타서 중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유도하기 위해 틱톡을 ‘여론전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관세율을 올리면서 ‘트럼프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미국인 소비자들은 틱톡에 올라오는 이러한 영상에 열광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틱톡 이용자만 1억7000만명. 중국의 틱톡을 이용한 여론몰이가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틱톡이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이를 우려한 미국 정부가 그동안 틱톡의 소유주인 중국 바이트댄스를 정조준해 미국 사업 운영권을 포기하도록 압박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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