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 찾아 위로…위안부 할머니·장애인권운동가도 눈물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유가족 위로 |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또다시 찾아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는데…."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2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울먹였다. 교황은 2014년 8월 방한 당시 광화문광장에서 34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김씨를 만나 손잡고 위로했다. 4박 5일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유족을 네 차례 만나는 등 세월호 참사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김씨는 "아무도 저희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실망했을 때 가장 저희에게 힘이 돼주셨던 분이 교황이셨다"며 "교황께서 제 손을 잡아주신 뒤 전 세계 언론들이 세월호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경찰은 김씨와 교황 사이를 가로막았으나 교황청 측 경호원이 길을 터달라고 요구해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한다. 천주교인이 아니었던 김씨는 교황의 손을 잡자마자 어찌할 줄 몰라 이마에 댔다.
김씨는 "거꾸로 된 노란 리본을 바로잡아드리자 인자하게 웃어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약자들의 편에 서는 분이 다음 교황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황방한> 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교황 |
11년 전 교황이 한국 땅에서 보듬었던 '고통받는 자들' 또한 비보에 침통해 하고 있다. 교황은 세월호 유족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을 만나고 "인간적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역설해 큰 울림을 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에게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듣고 "좋은 데에 가셨을 것"이라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교황은 방한 마지막 일정이었던 명동성당 미사를 집전하며 이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 7명을 맨 앞줄에 초대했다. 고 김복동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비 배지'를 건네자 그 자리에서 제의에 달아 보였다.
교황은 '일왕은 사죄하라'는 문구가 적힌 이 할머니의 명함을 받고 하얀색 묵주를 선물하기도 했다. 교황에게 받은 묵주는 지금도 이 할머니의 방 한켠에 고이 전시돼 있다.
이 할머니는 "교황님을 뵙고 굉장히 마음이 편해졌는데 이후에 뵙지도 못한 것이 마음에 남는다"며 "좋은 일만 하셨던 분이다. 교황님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권 활동가 이구원 씨도 "이제 회복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팔다리 없는 장애로 태어나 선교사가 된 이씨는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교황을 맞아 함께 생명의 기도를 올렸다.
이씨는 "차별받고 억압받는 자와 함께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교회에 구현하려 하셨던 분"이라며 "11년 전보다 고통 받는 사람들이 줄어들기는커녕 많아진 현실에서 우리 사회가 교황의 가르침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할머니 위로하는 교황 |
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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