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3 (토)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발등의 불’ 日, 종합대책본부 설치… 美 쌀수입 확대·LNG 참여 만지작 [트럼프 2기 출범 100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시바, 국난으로 규정 직접 지휘

    美에 포괄적 관세 합의 실현 의향

    기업들도 공급망 다변화 등 모색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시바 시게루(사진) 일본 총리는 지난 2월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시작 보름여 만이었다. 일찌감치 정상회담이 성사된 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전례를 따른 것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2016년 전 세계 정상들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워싱턴의 이단아’에게 경계심을 갖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당선 축하 전화를 했고, 9일 뒤에는 트럼프 타워로 직접 찾아가 만났다.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시바 총리의 조기 정상회담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일본은 내심 미국의 관세 부과 회피를 바랐다. 하지만,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부과된 25% 관세를 피해가지 못했고, 상호관세율도 대미 수출 경쟁자인 유럽연합(EU·20%)보다 높은 24%를 통보받았다.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관세의 포괄적 영향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1.4∼1.8%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대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8.3%나 되고 철강·전기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 산업의 타격이 우려됐다. 일본 정부는 현 상황을 ‘국난’으로 규정하고 총리가 직접 지휘하는 종합대책본부를 꾸렸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관세 우선협상권을 확인한 이시바 총리는 협상 담당 각료로 최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지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경제가 모두 강해지는 포괄적 합의를 조기에 실현하고 싶다’는 의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상호관세뿐 아니라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포함한 포괄적 관세 철폐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5년 연속 ‘세계 1위 대미 투자국’임을 내세워 미국 내 고용 창출과 제조업 부활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산 쌀·옥수수 수입 확대, 자동차 안전 기준 등 미국이 주장하는 ‘비관세 장벽’ 완화, 알래스카주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 등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2차 협상을 위해 30일 미국을 방문한다.

    국내적으로는 기업 대상 상담 체제 정비, 기업 대출금리 인하, 고용 유지와 인재 육성, 국내 소비 활성화, 산업구조 전환 및 경쟁력 강화 5가지를 축으로 한 긴급 대응책을 내놨다.

    도요타와 혼다 등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판매분의 현지 생산 확대, 판매가 동결, 비용 절감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미국 인구의 2배 이상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으로 눈을 돌리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학계에서도 이번 관세 전쟁을 수출 다각화 등 일본 경제 구조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