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교황이 선종했다. 장례가 마무리되고 애도 기간이 끝나는 5월 초, 바티칸에서는 새로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열린다. 12년 만에 열리는 이번 콘클라베는 추기경 135명이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하루 두 차례씩, 3분의 2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열쇠로 잠근다’는 뜻을 지닌 콘클라베는 13세기부터 이어진 전통으로, 선출이 완료될 때까지 모든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선거를 위해 모인 추기경들은 하나같이 청렴하고 순결해 보인다. 그러나 밀실 안에서 벌어지는 것은 신 앞에 무릎 꿇은 인간들의 치열한 권력투쟁이다.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보수와 진보의 대립, 성 추문과 금권 거래, 성직 매수 등 유력 후보자들의 부정부패가 종교의 성스러움이란 장막 아래서 소용돌이친다.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로멜리 추기경은 믿었던 동료조차 비리에 눈감으려는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그는 교회의 양심을 지키고자 자신이 교황이 될 수 있던 기회도 포기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성심을 다한다. 하지만 그렇게 선출된 교황은 과연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였을까.
변화의 바람은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불지 않는다. 세상은 늘 인간의 이해 너머에서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기대가 꺾였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인간은 그것을 신의 뜻, 우주의 섭리라 부른다. 하늘은 인간의 소원을 다 알까. 수많은 욕망과 기도가 교차하는 세상에서, 신은 과연 누구의 목소리를 들을까.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도 어쩌면 야망과 이상, 소망과 좌절 사이를 끝없이 오가는 인간의 모순을 품은 고백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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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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