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가까워진 추기경 선거인단…'교황 정체성'도 의견 접근
콘클라베 시작 D-1, 3시간 가량 추기경 총회…취재진, 추기경들 '추격전'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베스코 추기경 |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콘클라베(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가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틀이면 충분할 거라고 봅니다."
알제리의 장 폴 베스코 추기경은 6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에게 하루 앞으로 다가온 콘클라베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서로 처음 보는 추기경들이 많아 사실 좀 걱정이 됐다. 그런데 조금씩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 문화권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나는 이것을 '하모니'라고 부르고 싶다"고 밝혔다.
베스코 추기경은 "그래서 흰 연기(교황 선출을 외부로 알리는 수단)를 보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며 "이틀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추기경과 취재진 간 추격전 |
7일부터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하는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온 80세 미만 추기경 133명이 참여한다. 추기경 선거인단 규모는 물론 참여국 수 모두 역대 최다다.
지난달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시 가톨릭의 '변방'까지 손을 뻗으며 등용한 추기경들 덕분에 이번 콘클라베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언어와 문화, 시각이 교차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단 서로 상대를 모르는 추기경들이 많다는 점이다. 추기경 선거인단 80%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12년 재위 기간에 뽑혔고, 20명은 지난해 12월에 추기경이 됐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때문에 바티칸을 찾기 전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추기경들의 선택은 이보다 늦은 7일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추기경이 많은 만큼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베스코 추기경의 발언을 바탕으로 짐작해보면 짧지만 밀도 있는 교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추기경 선거인단은 그 속에서 새 교황이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윤곽을 서서히 그려갔다.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한 추기경 |
실제로 전날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 총회에서 추기경들은 '차기 교황 정체성'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이뤘다.
다만 이 모든 것이 '누구'를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베스코 추기경은 "차기 교황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한번도 이름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소개했다.
다른 추기경들 역시 압축되는 후보가 있는지 묻는 말에는 손사래를 치며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누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콘클라베 하루 앞둔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
콘클라베가 임박한 상황에서 추기경들을 사실상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바티칸에는 전 세계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총회가 끝난 뒤 추기경들이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는 통로가 아닌 성 베드로 광장을 가로지르며 이동하자 취재진이 우르르 따라붙으면서 한바탕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삽시간에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추기경 중에서 일부는 손을 내저으며 아무 말 없이 빠져나갔고, 또 일부는 "우린 준비돼 있다"는 짧은 말과 함께 조심스럽게 미소만 남긴 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콘클라베는 추기경 선거인단 133명 중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기한 진행된다. 첫 투표는 7일 오후 4시30분 시작한다. 둘째 날부터는 오전과 오후 2차례씩 총 4번 투표가 이뤄진다.
콘클라베 장소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의미고, 흰 연기가 나오면 비로소 새 교황이 선출됐다는 뜻이다. 2005년과 2013년 콘클라베는 모두 투표 둘째 날에 흰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콘클라베 생중계할 방송사 카메라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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