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경찰서장에 "실질적 대책 마련하라" 주문
정의연 "당연한 결정"... 극우단체 고소 예고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시민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17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심현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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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방해한 극우단체의 행위에 대해 경찰에 "적극 대응하라"고 권고했다. 관련 진정이 제기된 지 무려 3년 만이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침해2소위)는 지난달 24일 '경찰의 수요시위 방해에 대한 부작위 진정'을 인용 결정했다. 인권위는 수요시위 장소를 관할하는 종로경찰서장에게 "수요시위 반대집회 측에서 지나친 스피커 소음 등을 일으켜 집회를 방해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에 대한 명예훼손 및 모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에서 중지 권고 또는 경고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집회 신고로 선점된 장소에 대해 시간과 장소를 나눠 실질적인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하라"며 대책을 주문했다. 수요시위는 일본군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 이행, 피해자들의 명예·인권 회복을 요구하는 집회로 매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다. 1992년 1월부터 33년간 이어져 이달 14일 1,700회를 맞았다.
앞서 정의연 등 5개 단체는 2022년 1월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을 냈다. 수요시위 현장에서 일부 단체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해 큰소리로 모욕성 발언을 하거나 욕설하는 등 수요시위를 방해하는데 경찰이 방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해 종로경찰서에 수요시위를 적극 보호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본안 안건을 살핀 인권위 침해1소위는 2023년 8월 해당 진정을 기각 결정했다. 당시 김용원 1소위원장은 "상충하는 두 집회 중 특정 집회(수요시위)를 국가가 우선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위원 3명이 만장일치로 인용 찬성하지 않아 자동기각'이라는 논리도 댔다. 김 당시 1소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으로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인물이다. 침해1소위는 지난해 12월엔 수요시위 반대단체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달라"며 낸 진정을 인용해 인권위 안팎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정의연은 '인권위의 진정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이 지난해 7월 정의연 손을 들어주면서, 인권위도 안건을 재심의했다. 관할은 침해1소위에서 침해2소위로 변경됐다. 2소위원장이던 이충상 전 상임위원(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지명)이 3월 사직한 뒤로는 남규선 전 상임위원이 이끌어 왔고 1년 8개월여 만에 기존 기각 결정을 뒤집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문에는 "반대집회가 수요시위의 내용과 상반되는 입장을 평화롭게 표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수요시위를 방해할 목적으로 집회 장소를 선점만 하고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수요시위를 방해했다"는 판단이 담겼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인권위 결정이) 너무 늦었고 그사이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지연된 정의는 불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인권위에 그나마 인권을 수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런 결정이 나와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정의연도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 입장문을 냈다. 정의연은 이번 인권위 결정을 근거로 극우단체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할 계획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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