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권영국 민주노동당,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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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열린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는 원색적인 네거티브 공방의 향연이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토론회 시작부터 끝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발끈한 이재명 후보 역시 물러서지 않으면서 서로를 향한 말꼬리 공격과 원색적 비방으로 토론회가 얼룩졌다. 사회 통합과 연금·의료개혁, 기후위기 등 당면한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자리였지만, 생산성 있는 정책 논의는 찾아보기 힘든 '맹탕 토론'으로 점철됐다.
작심한 金 여배우 스캔들부터 형수 욕설까지 '반명 전사'
김 후보는 이날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총망라해 퍼부었다. 첫 발언부터 작정하고 이 후보의 과거 여배우 스캔들과 검사 사칭 사건을 거론하면서 포문을 열었고, 마무리 발언까지 이 후보를 향해 "총통"이라면서 '독재' 프레임을 들이밀며 몰아세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결집 흐름이 두드러지자, '반이재명 전사'를 자처하며 강공모드에 나선 것이다.
김 후보는 시작 발언에서 이 후보의 '진짜 대한민국' 선거 슬로건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진짜 총각이냐, 가짜 총각이냐. 진짜 검사이냐, 검사 사칭이냐"라면서 "국민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이 가짜'를 물리치자"고 쏘아붙였다. 이후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이 후보의 가족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김 후보는 "지도자가 되고 국민통합을 하려면 가정에서부터 좀 통합이 돼야 하지 않냐"며 이재명 후보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형수 욕설 이슈를 꺼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고 하다가 그것 때문에 형수님하고 욕을 하고 다퉈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가족 문제와 관련해선 "제 소양의 부족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곧장 과거 논란이 됐던 김 후보의 '도지사입니다' 갑질 발언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는 "굳이 따지자면 본인(김 후보)은 갑질을 하지 않았냐. 소방관한테 전화해서 '나 김문수인데' 뭐 어쩌라는 거냐"고 "그렇게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후보를 향해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 계속 비호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단절할 생각은 혹시 없는지, 전광훈 목사와 같은 극우 세력과 단절할 생각은 없냐"고 절연을 압박했다. 사회통합 방안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상대를 존중하고 대화하고 인정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상대를 제거하려 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이번의 내란 계엄 사태"라며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엄격하게 심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김 후보를 몰아세웠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되레 이 후보를 향해 급진 세력과 연대했다고 몰아갔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당과 연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후보가 "진보당은 이석기 통합진보당의 후예 아닙니까? 그러면 그게 내란"이라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 "말씀을 피하신 걸로 보면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가 "김 후보는 전광훈 목사가 수감됐을 때 눈물을 흘린 관계"라고 말한 것을 두고 김 후보가 "허위"라고 맞서는 등 공방을 벌이느라 두 사람은 토론 시간을 허비했다.
도덕성 공세도 퍼부었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부부의 법카 유용 의혹을 걸고 넘어졌다. 그는 "전부 경기지사 때 또는 성남시장 때의 일로,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일제 샴푸를 사서 쓴다든지 이루 말할 수 없는 부정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소속된 그 정권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언론플레이를 해가면서 마구잡이로 무작위 조작 기소한 결과"라며 "그 증거가 있으면 구체적으로 대보라. 저는 그렇게 쓴 일이 없다"고 강하게 맞섰다.
이준석도 이재명 때리기 지속... 단일화 공방도
3등 주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이재명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 △방송인 김어준씨를 중심으로 퍼진 '부정선거 음모론'과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음모론에 동조했다고 몰아갔다. 또 김 후보와 마찬가지로 공약 구상을 내놓는 시간마저도 이재명 후보 공세에 집중했다.
이재명 후보도 역공에 나섰다. 이준석 후보가 제기한 음모론 동조 의혹에 대해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뒤, 이준석 후보가 비상계엄 당일 국회 담을 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싸우는 척하면서 결국은 실제로는 계엄 해제에 반대한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의 막판 최대 변수라 불리는 단일화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내란 세력인 김 후보와 단일화를 할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한다"며 "'당권을 주겠다', '총리를 맡겨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내란 세력 후보와 단일화를 할 건지 궁금하다. 이렇게 거래를 하는 거는 불법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본인의 망상 속에 갇혀 음모론적이고 세상을 참 삐딱하게 보고 있다"며 "저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얘기에 대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관심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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