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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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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세안-중동’ 외교무대 등장한 中리창… 反트럼프 전선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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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미중 대립 속 다자 외교 전면 나서
    잠재력 큰 동남아·중동으로 외연 확장


    한국일보

    리창 중국 총리가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해 항공기에서 내리며 손을 흔들고 있다. 자카르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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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반(反)트럼프’ 전선을 확장하느라 분주하다. ‘중국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가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외교 무대에까지 등장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함께 맞서자고 독려하고 나섰다. 미중 간 관세 전쟁은 일단 휴전에 들어갔지만, 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외교 공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27일 말레이시아 베르나마통신과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중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23년 출범한 아세안-GCC 회의에 중국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CC는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구성됐다.

    일본 교도통신이 입수한 공동성명 초안에는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다자주의 중요성, 지역 연대, 국제법을 통한 공동의 과제 대응을 강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가국은 “무역과 투자, 경제 협력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자”고도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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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걸프협력회의(GCC)에서 중동 국가 지도자들이 발언을 듣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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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에 대한 우회적 견제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CGTN은 “중국이 다자 협력 잠재력을 이끌어내 세계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각국과 접촉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달 22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국제 무역 질서와 세계 경제 안정을 지키기 위해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앞서 19일에는 왕이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도 덴마크·독일·폴란드 외교장관과 연이어 대화하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협력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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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각국에 부과할 예정인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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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총리는 전날 셰이크 사바 알칼리드 알사바 쿠웨이트 왕세자와도 별도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걸프·아세안 국가와 협력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 남반구 이익 수호에 기여하겠다”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유럽에 이어 중동·동남아까지 외연을 넓힌 것이다.

    특히 두 지역은 신흥 경제권으로 주목받는 곳이다. 동남아는 6억 인구 중 60%가 35세 이하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갖춘 생산 거점으로 평가된다. GCC 국가는 에너지와 금융 분야에서 국제적 영향력을 지닌 핵심 축이다. 중국은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무역 압박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다.

    베르나마통신은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 조치 이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열린 이번 3자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발도상국 통칭)의 부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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