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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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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이재명이쥬" "투표하면 김문수인디…" 알쏭달쏭 충청 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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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 대선 승부처 민심 르포② 충청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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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2시10분 대전 동구 중앙종합시장./사진=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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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거 묻지 말어. 씰데없이 뭐다러 물어싸아."

    29일 대전 동구 중앙종합시장. 침구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중수씨(68·남, 이하 가명)는 6.3 대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연신 손사래를 쳤다. 박씨는 "내는 테레비도 잘 안 봐서 그런거 잘 몰러. 대선이 뭐 대수라고 이래 고생시켜야 쓰겄어"라고 했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 있던 아내 김미경씨(66·여)는 "저이 말은 안 혀도 속으로 벌써 정해놨을 거여. 충청 사람들이 원래 다 그렇다니께"라며 웃었다.

    6·3 조기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충청의 선택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지율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앞서지만,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 충청권 특유의 문화 탓인지 27~29일 대전과 충북 청주, 충남 천안·홍성에서 만난 시민들 대다수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50대 이하 세대에선 '이재명 대세론'이 엿보였다. 청주 상당구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최정식씨(43·남)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확률이 90%"라며 "내 주변에서도 다 그런 쪽으로 이야한다"고 했다. 이어 "좀 억센 것도 있긴 하지만, 똑똑하기도 하고 민생 얘기도 하지 않나"라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나라가 좀 굴러갈 것 같다"고 했다.

    천안 동남구에서 만난 김성수씨(50대·남)도 "이번엔 비상계엄 때문에 다 민주당을 찍지 않겠나"라며 "직장에서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 민주당 찍는다고 하더라"고 했다. 충북대 대학생 김지수씨(22·여)도 이재명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며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이라 뽑을 수가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비판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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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충남 천안 동남구 신부동 신부문화공원 앞에 대선 후보 현수막이 붙어있는 모습. 이재명 후보는 "내란종식", 김문수 후보는 "알고보니 진짜는" 등의 문구를 넣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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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청주 상당구 육거리시장 입구. 주변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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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원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이들 중 다수가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감도 함께 내보였다. 청주역에서 만난 이영철씨(60대·남)는 "윤석열(전 대통령)이가 좀 심하긴 했다"면서도 "그래도 이재명(후보)은 정이 안 간다. 주변 사람들 다 구속되고 시끄러운 것을 보면 그 양반에게 나라 맡기긴 좀 찝찝하다"고 했다.

    홍성에서 13년 거주했다는 정재순씨(60대·여)는 "계엄이 잘못됐지만 지나간 일이 아니냐. 이제 경제도 살려야 하고, 국민들이 잘 살게 하려면 보수"라며 "(민주당이 집권해) 사회주의 국가가 될까 봐 겁나 죽겠다"고 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칭한 대전토박이 박영길씨(63·남)는 "국민의힘이 하는 걸 보면 골이 아주 아프다"며 "투표를 하면 김문수(후보)인데 투표를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을 찾으려 하거나, 아직 어떤 사람을 찍을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홍성에서 택시기사를 하는 김찬식씨(60대·남)는 "1번도 2번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뽑을 생각이다. 이준석 후보가 당선되기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다음에라도 희망을 갖게끔 찍어볼까 한다"고 말했다. 29일 청주 육거리시장에서는 한 중년 남성이 "4번 이준석" "바꿔야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 중구 으느정이 문화의거리에서 만난 김정석씨(33·남)는 "비상계엄이 충격적이긴 한데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를 믿느냐고 물으면 또 아니다"라며 "이준석 후보는 처음에 솔직히 좀 기대했는데 싸움꾼으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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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대선이기 때문인지, 정책이나 공약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과 청주국제공항 확대, 충청권 CTX(광역급행철도) 조속 추진 등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내놓은 주요 공약이 중복되는 게 많은 점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존에 하던 것부터 제대로 완수해줬으면 좋겠다" "공약이 실현되는 걸 못 봤다" 등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에 있어서는 시민들 사이에 큰 차이는 없었다. 국민 통합, 경제 성장 등 기본적 과제에 대한 기대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만들 싸웠으면 좋겠다"(이영철씨) "빨리 경제 회복을 좀 해주면 좋겠고, 국회는 한 마음 한뜻으로 갔으면 좋겠다"(정재순씨) "택시 수익이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김찬식씨) "이념 싸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최정식씨) 등이었다.

    한편 충청은 대선 때마다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왔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모두 충청의 표심을 얻어 정권을 잡았고,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처러진 8번의 대선에서 모두 충북이 뽑은 후보가 당선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충청권 유권자수는 총 476만6079명으로 전체(4439만1871명)의 10.7%를 차지한다.

    대전·청주(충북)=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천안(충남)·홍성(충남)=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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