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돔에 34조 써도 드론작전 못 막아
"트레일러 위장 드론, 전략자산 실질적 위협"
4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미국이 드론 공습 같은 저기술, 저비용 공격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으로 파손된 러시아 군용기. UPI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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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페티존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원은 "미 국방부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며 컨테이너나 트럭에 숨겨진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식 공격은 미국 영토 내에서, 또는 해외에 있는 미국 공군·해군 기지를 겨냥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근 비대칭 전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컨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저렴한 미사일과 드론으로 홍해 수로를 장악했고, 이로 인해 미국은 10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보복 폭격 작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에서 사용한 드론은 저렴한 비용에 접근성이 높고 원격 조종이 가능해 비대칭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타격했다. 상업용 트럭에 드론을 실어 러시아 군용 비행장 인근으로 밀반입한 뒤 원격 조종하는 방식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방공망의 핵심인 A-50 조기경보기 2대가 파손되는 등 군용기 40여대가 공격받았다. 외신들은 이를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비견할 만큼 충격적인 공격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넘게 이어지며 저가 드론이 전장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 내부에서는 막대한 국방비를 쓰지만, 드론에 대한 대응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담당차관보를 지낸 셀러스트 윌랜더는 "(드론은) 보병 전투의 일부로, 포병의 한 형태로, 전장 상황을 파악하는 정보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우리가 그간 알지 못했던 것은 드론이 전략 무기를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1일 공격이 그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짚었다.
미 민주당의 제이슨 크로우 하원의원(콜로라도)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며 국방부가 수십 년 전이었다면 의미 있었을 군사 프로그램에 여전히 엄청난 액수를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방공체계와 유사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골든돔'을 자신의 임기 내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초기 비용만 250억달러(약 34조원), 전체 비용은 17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향후 20년간 2조달러를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 분석가 맥스 부트는 최근 WP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미국의 공군 기지에 드론 작전을 수행한다면 골든돔 같은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이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뉴저지주 드론 출몰 사건 등으로 상업용 드론의 합법적 비행 가능 지역에 대한 연방 규정을 개정하고, 중국산 드론 판매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의는 드론을 국가 안보가 아닌 법 집행의 관점에서 본다고 지적한다. 미 북부사령부 사령관 출신 글렌 밴허크 예비역 장군은 2023년 12월 버지니아주 랭글리 공군 기지에서 무인 항공기가 F-22 랩터 전투기 위로 지나갔던 일을 언급하며 만약 공격을 시도하려 했다면 얼마나 취약했을지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나 중국 등이 미국에 침투해 미국 내에서 드론을 개발하거나, 드론을 실은 컨테이너선을 주요 인프라 인근 항구에 배치하면 탐지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제이슨 매시니 랜드 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항구에 전략 폭격기, 전략 미사일 및 사일로 또는 전략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라면 이번 공격을 보며 트레일러로 위장한 드론이 자국 전략 자산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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