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알파벳 웨이모의 자율주행택시가 시위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 장착한 카메라와 센서들이 감시를 상징하는데다, 이민자가 주로 종사하는 블루칼라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인식에서다.

LA 시위대의 방화로 불타고 있는 웨이모 자율주행택시.(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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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주말 사이 LA 시위대가 최소 5대의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자율주행택시의 타이어를 찢고 창문을 깨트렸으며,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항의하는 ‘반 ICE’ 글자를 쓰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웨이모의 자율주행택시가 시위대의 타깃이 된 것은 수십개의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센서 등을 장착해 ‘움직이는 감시카메라’로 인식되면서다. 웨이모 차량은 실시간 교통 데이터는 물론 보행자·차량·건물 등을 지속적으로 촬영하고 분석한다. 지난달 LA 경찰은 웨이모 차량이 촬영한 영상을 제출받아 뺑소니 수사에 활용한 바 있다.

자율주행택시가 이민자들이 다수 종사하는 블루칼라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점도 시위대의 분노를 샀다. 첨단기술이 사람들의 삶에 이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웨이모 택시가 방화로 불에 탄 바 있다.

미 정보기술(IT)매체 더 버지는 “인간 운전자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웨이모의 노력은 블루칼라 일자리에 위협이 된다”며 “사람들이 기술 혁명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이번 시위대의 행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웨이모 택시가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라는 점이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짧은 시간 안에 고온으로 치솟는데다 불길도 오래 간다. 연소 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배출되고 재점화 가능성이 높아 진화도 어렵다.

웨이모는 안전을 위해 LA 지역에서 자율주행택시 운행을 중단했다. 웨이모는 지난해 LA에 진출해 300여대의 차량을 운행 중이었다. 웨이모는 LA와 유사한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도 운행을 중단했다.

웨이모 측은 시위 현장에 우연히 자율주행택시가 있었을 뿐, 시위대가 차량을 의도적으로 겨냥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웨이모의 자율주행택시는 대당 15만달러(약 2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