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김건희 특검은 민주당 추천
해병대원 특검은 조국당 추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에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이명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지명했다. 조 전 고검장과 민 전 법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 전 고등검찰부장은 조국혁신당 추천이다. 조 전 고검장은 윤석열 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있으면서 윤 정부와 대립했던 인물이다. 민 전 법원장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측근이다. 정치권에선 “조 전 고검장과 민 전 법원장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조 전 고검장은 윤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터라 ‘한풀이성 보복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검 지명을 민주당 등에 통보했다. 앞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특검 후보 3명씩을 추천했다. 민주당은 내란 특검에 조은석 전 고검장,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법원장, 채 해병 특검에 이윤제 명지대 법학과 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조국혁신당은 내란 특검에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 김건희 특검에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채 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고등검찰부장을 추천했다. 각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후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1명씩 추천하고 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씩 3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은석 전 고검장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한동수 전 감찰부장, 심재철 전 지검장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할 때 대립했거나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인물이다. 조·한·심 세 사람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요직을 지냈다. 민중기 전 법원장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 3년간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원장을 지냈다. 검사 출신인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 때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 후보 추천을 받은 날로부터 3일 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는데 추천 당일 지명했다. 특검은 임명 후 20일의 준비 기간을 거쳐 7월 초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세 특검에 투입되는 파견 검사는 120명이다. 수사 범위도 광범위하고 최장 170일간 수사가 가능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국민의힘 인사를 겨냥한 대대적 수사가 몰아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내란·김건희 특검에 각각 지명한 조은석 전 서울고검장과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대립했거나 진보 성향 판사로 분류된 인물이다. 정치권에선 “특검은 공정성이 담보돼야 국민이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데, 수사 향방에 따라 일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 보복성 수사를 했다는 의구심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로 추천한 인물 중에는 윤 전 대통령과 악연을 맺은 인물이 적잖았다. 조국혁신당이 내란 특검 후보로 추천한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2019년 10월 감찰부장에 임명돼 2022년 7월까지 재직했다.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퇴임하는 날 청와대에 제청해 임명됐다. 당시 검찰총장은 윤 전 대통령이었는데 두 사람은 수차례 충돌했다. 한 전 부장은 2020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 그는 2022년 7월 사표를 낸 뒤로도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동훈 감찰을 보고했더니 책상에 발을 올리고 ‘쇼 하지 말라’고 했다” “회식에서 ‘만약 육사에 갔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조국혁신당이 김건희 특검 후보로 추천한 심재철 전 지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인 2020년 1월 한 상갓집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가 후배 검사에게 “당신이 검사냐”는 항의를 받은 ‘상갓집 항명 파동’의 당사자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대검의 ‘판사 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 관여했다. 심 전 지검장은 2020년 2월 대검 반부패부장 재직 때 보고받은 이른바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을 한동수 당시 대검 감찰부장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부장은 그해 11월 윤 전 총장을 입건한 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에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을 제출했는데 당시 감찰담당관이 박은정 현 조국혁신당 의원이었다. 심 전 지검장은 윤 전 대통령 징계 취소 소송에 증인으로 나가서는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검찰총장 자격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내란 특검에 지명된 조은석 전 고검장은 2019년 사법연수원 네 기수 후배인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법무연수원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그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임기 4년의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했다. 이후 그는 2023년 당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현 민주당 의원) 감사 보고서 공개를 두고 최재해 감사원장 등과 갈등을 빚었다. 조 전 고검장은 주심 감사위원인 자신의 결재를 거치지 않고 보고서가 공개됐다고 한 반면, 최재해 원장 측은 조 위원이 고의로 결재를 하지 않고 감사를 방해했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을 맡게 된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의 핵심이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다.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전례 없는 ‘유임’ 인사로 3년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민 전 원장은 앞서 2017년 11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조사를 주도했다. 그러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결론 났고, 이후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 대부분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채 해병 특검에 지명된 이명현 전 고등검찰부장은 군법무관 출신이다. 이 전 부장은 2002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장남 병역 비리 의혹을 수사했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특검 후보와 윤 전 대통령의 관계를 두고 정치 보복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질문에 “오히려 그런 고려가 능력 있고 성과를 내는 후보를 배척할 수 있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