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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核저지 넘어 인프라 초토화 … 이란 분열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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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이스라엘이 15일 새벽(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정유소를 공격한 가운데 피해를 입은 정유 시설에서 큰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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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인해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양측이 연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이란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고 나설 정도로 판도는 이스라엘에 유리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친이란 군사 네트워크가 사실상 붕괴된 데 이어 이란 본토마저 폭격을 받고 있다. 시아파 맹주로 중동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온 이란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년 전 가자지구에서 수렁에 빠진 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적들에게 포위된 이스라엘이 이제 독자적인 방식으로 중동 패권을 재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동맹 세력인 팔레스타인 및 레바논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괴멸시킨 이스라엘이 이란의 심장인 테헤란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군사 공격 영향으로 이란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군사 작전과 이란 정권 교체 관련성에 관한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분명 (이란 정권 교체가 공격의)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정권과 국민을 분리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이란이 가진 것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보유 계획이 전부라면서 "그들은 분명 국민(의 지지)을 갖고 있지 않다. 80%의 (이란) 국민이 이 신학 폭력배들을 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암살하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 관련 질문에는 "그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고 나서 몇 시간 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싸움은 이란 국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싸움은 여러분을 억압하고 가난하게 만드는 살인적인 이슬람 정권에 맞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1980년 이라크의 침공 이후 이란에 가해진 최악의 군사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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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이 이란 내 공격 목표물의 범위를 에너지·산업·도시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군사 관련 역량을 파괴하려는 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과 경제난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불만을 부추겨 정권 붕괴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 정보기관 고위간부 출신인 요시 쿠퍼바서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스라엘의 1차 목표가 이란 정권 교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그런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이스라엘 측이 이를 반길 것이며 "불평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 의도는 없다면서도 핵에너지를 연구할 권리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전쟁을 추구하지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자국민들에게 단결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메네이가 지난 13일 새벽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가족들과 함께 테헤란 동북부 지하 벙커로 은신했다고 영국 기반 반(反)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이 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하메네이가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장소에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선택지는 좁아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에 있는 에너지 시설이나 미군 기지 공격, 호르무즈 해협 폐쇄 등이 이란의 보복 수단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원하는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부른다는 점에서 이란이 이를 피할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을 지원 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6일 항공 추적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이 본토 공군기지에 있던 공중급유기 최소 30대 이상을 대서양으로 옮겨 배치했다고 전했다. 공중급유기는 먼 거리 목표물을 타격할 때 전투기에 연료를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권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한 마지막 군사 작전 단계는 지상전 투입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격이 길어질수록 이란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에는 부담이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나흘째에 접어든 16일 오전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군은 이에 대응해 이란이 보유한 미사일 발사대의 3분의 1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성명을 내고 "50대 이상의 전투기와 항공기를 동원해 120개가 넘는 지대지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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