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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03 (토)

    [김정호의 AI시대 전략] 아기는 맨몸으로, 피지컬 AI는 가상 훈련으로 ‘물리’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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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비용 획기적 절감… 스스로 뛰고 물건 옮기며 육체노동 대체

    수학·생물·화학도 공부 중인 AI… 신약 개발·암정복·노화도 그 손에

    인공지능 시대를 가능하게 한 핵심 물질은 반도체다. 그리고 이 반도체의 작동 원리를 지배하는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속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트랜지스터와 금속선 역시 물리학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물리학은 우주와 물질, 전기, 열, 에너지, 힘, 공간, 시간 등 자연계 전반의 원리와 현상을 탐구하는 가장 기초적인 학문이다. 다시 말해 만물에 적용되는 보편 법칙을 다루는 학문이다. 뉴턴이 정립한 ‘고전 역학(Classical Mechanics)’에서 출발한다. 고전 역학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세계의 운동을 설명한다. 인간의 일상적인 움직임도 이 법칙에 따라 이뤄진다.

    그런데 물체의 속도가 빛처럼 빨라지면 운동의 기준이 되는 ‘시간’과 ‘공간’의 크기가 물체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라 부른다. 또 다른 경우로 물체의 크기가 원자 단위의 미시 세계로 들어가면 지배하는 물리학이 또 한 번 변화한다. 바로 ‘양자 역학(Quantum Mechanics)’이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미시 세계에서의 물체는 입자의 성질과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가진다. 반도체 속의 전자는 해변의 파도와 같이 물결파처럼 퍼진다. 그래서 전자의 상태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이다.

    이 원리에 기초해 양자 컴퓨터가 등장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미시 세계의 원자가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 양자 역학과 상대성 이론이 만난다. 이런 상태에서 전자의 운동을 설명하는 방정식이 ‘디랙 방정식(Dirac Equation)’이다. 원자의 구조와 에너지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이런 내용은 대학교 물리학과 학생들이 4년 동안 배우는 주된 교과목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물리학자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도 물리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AI 로봇의 학습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AI는 물리학을 공부해 인간의 정신 노동을 넘어 육체 노동까지도 대체하려고 한다. 원래 인간은 태어나서 자연과 직접 상호 작용하면서 물리학을 학습한다. 태어나서 기어다니고, 돌이 지나면서 걷고 넘어지면서 걷기 학습을 한다. 직접 물리적 학습을 통해 물건 잡는 법을 배운다. 뛰어도 다닌다. 나중에 수영도 한다. 스스로 실행하고 실패를 반복하면서 훈련을 하고 자체적으로 학습을 한다.

    반면에 AI는 먼저 물리학 이론을 배운다. 그리고 컴퓨터 내의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물리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학습을 한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는 연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가상 세계에서 경험한다. 이때 가상 세계에서의 학습에 물리학 이론이 사용된다. 학습에 비용과 시간이 훨씬 덜 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실제 세계에서 배우고 AI는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배운다. 물리 이론에 기초한 가상 학습이 훨씬 경제적이고 안전하다. 그래서 AI는 물리학 이론을 가상 세계의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예를 들어 자율 주행 자동차의 사고 상황은 실제로 사고를 구현하면서 학습하기 어렵다. 인명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이 어렵기도 하다. 이런 학습을 마친 물리 AI를 탑재한 AI 로봇은 지구 중력을 이겨내면서 뛰고 달리고 물건을 들고 커피를 나를 수 있다. 이렇게 물리적 이론에 기초한 가상 세계 경험을 통해서 학습하고 자율적으로 물리적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AI를 ‘물리 인공지능(Physical AI)’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물리 인공지능 모델과 기존의 GPT와 같은 LLM(거대언어인공지능 모델)이 결합된 AI를 ‘물리 기초 모델’이라고 부른다. 물리 인공지능에 언어와 같은 생성 기능이 추가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I가 말도 잘하고, 판단도 하고 동시에 물리적 동작과 반응을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판단과 결정 그리고 운동을 창조적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물리 기초 모델은 AI 로봇, 자율 주행 자동차, 자동화 공장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생산 공정을 최적화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항공기, 인공위성, 선박, 우주선, 군사 무기의 자동 운항에도 적용 가능하다. 최근 이러한 물리 기초 모델을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벤처 기업이 출범했다. 류중희 대표가 창업한 ‘리얼월드’이다. 우리 AI 산업의 기회가 되는 분야다.

    하지만 물리 인공지능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갖고 있다. 안전성과 신뢰성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물리 인공지능이 장착된 AI 로봇은 실수로 주변의 인간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다. 또는 AI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내서 인명 사고가 날 수도 있다. AI 무기가 인간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물리 인공지능은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우리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의 일자리는 AI로 점점 대체된다. 그러면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노동으로부터 점점 소외받게 된다. 물리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인간이 본질적으로 갖고 있었던 노동의 권리가 더욱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AI는 수학뿐만 아니라 물리학도 공부하고, 더 나아가 미래에는 생물과 화학도 공부할 것이다. 그럼 생물 인공지능(Biological AI)과 화학 인공지능(Chemical AI)이 탄생한다. 이 AI들이 미래에는 신약도 개발할 수 있다. 암을 정복하고 노화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인간의 생명과 생존까지도 AI에 의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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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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