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크기 코인 육수 '국물의 신' 개발
조미 제품 확대, 참치액·다시도 출시
이은주 동원FB 식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국물의 신 등 조미료 제품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동원FB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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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42) 동원F&B 식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0년 말부터 밥 먹듯 콩나물국, 된장국, 김치찌개를 끓였다. 단 칼과 냄비를 든 곳은 집이 아닌 회사 연구실이었다. 집밥 요리사 말고 연구원으로서 밥상 필수 요리인 국물을 조리하고 맛본 건 회사가 내린 특명 때문. 동원참치로 유명한 동원F&B의 조미료 제품군을 넓히기 위해 그와 팀원들은 맛있는 국물을 내는 비법을 매일 연구했다.
동원F&B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집에서 밥을 지어먹는 사람이 늘면서 조미료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힘을 싣기로 했다. 동원F&B가 눈여겨본 제품은 고체 형태로 동전 크기만 한 코인 육수였다.
그동안 조미료 제품은 다시다 같은 분말 형태, 말린 다시마·멸치 등이 원물 형태로 들어있는 팩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동원F&B는 분말보다 영양과 건강을 챙기면서 물에 넣었다 건져야 하는 팩보다 간편한 게 코인 육수라고 판단했다. 당시엔 중소기업 위주로 코인 육수를 생산하고 있어 시장성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팀원들과 함께 코인 육수에 담을 감칠맛과 풍미를 찾아 한정식, 간장게장, 곰탕, 국수 등 유명 맛집을 찾았다. 누구나 수긍하는 맛을 내놓으려면 요리 장인이 몇 시간 우려낸, 맛있는 국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멸치, 소고기, 매콤, 참치 네 가지 맛을 정한 연구진은 표고, 우엉, 양파 등 열네 가지 원물을 섞어 샘플을 만들었다. 무, 다시마 맛이 부족하다면 해당 원료를 더 넣는 식으로 보완하길 반복했다. 콩나물국 등 실제 요리에 넣었을 때 궁합이 가장 잘 맞는 황금 배합 비율을 찾아나가는 과정이었다.
조미료 매출, 2년 만에 네 배 쑥
이은주 동원FB 식품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동원FB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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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의 뿌리와 같은 참치를 활용한 육수는 연구진에게도 도전이었다. 참치 육수는 국내에서 거의 쓰이지 않아 맛의 방향을 잡기 쉽지 않았다. 가다랑어를 말린 가쓰오부시로 만드는 일본 조미료 쯔유를 참치 육수의 한 종류로 볼 수 있으나 한국인 입맛엔 너무 달았다. 연구진은 고심 끝에 참치액이 들어간 어묵탕을 떠올리면서 참치 코인 육수를 개발했다.
코인 육수의 강도도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다. 너무 딱딱하면 잘 녹지 않고, 반대로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물에 넣기 전에 부서질 수 있어 적당한 수준을 연구했다. 이 연구원 등이 만든 코인 육수 시제품은 직원 평가, 주부 모니터링 등을 거쳐 2022년 12월 '국물의 신'이란 브랜드로 출시됐다.
소비자들이 감칠맛 나는 육수를 간편하게 완성해 주는 국물의 신을 찾자 동원F&B는 액상 형태인 참치액, 분말 형태인 참치다시로 조미료 제품군을 넓혔다. 이 연구원은 어획한 참치를 삶을 때 나오는 물을 농축시킨 후 불순물을 제거한 원료를 바탕으로 참치액을 개발했고, 상품으론 2024년 4월 나왔다.
동원F&B가 조미료 제품에 공을 들인 결과는 실적으로 나오고 있다. 2022년 100억 원이었던 동원F&B 조미료 제품군 매출은 2024년 400억 원으로 2년 만에 네 배 뛰었다. 회사 측은 최근 조미 제품군이 전체 실적 향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만들기 까다로운 육수를 간편하게 내는 코인 육수는 한번 사용하면 실망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가 계속 찾는 것 같다"며 "초등학생인 제 두 딸도 멸치, 다시마 등 다른 재료를 넣지 않고 코인 육수로만 요리를 했을 때 더 잘 먹어요"라고 웃었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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