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쏟아지는 폐기 현수막 문제 심각
탄소중립·알 권리 보장 양립 방안 찾아야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이 4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연재합니다.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뒀던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한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대선 후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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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서너 명의 기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모두 현수막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2022년 이후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연락을 받는다.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녹색연합과 함께 선거용 현수막, 포스터, 공보물의 탄소발자국을 산정해 발표한 일이 계기가 됐다. 이번 대선을 포함해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선거용 현수막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선거에 쓰인 현수막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선이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나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선거에 쓰인 현수막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해봤다.
3년 전 대선이 끝난 다음 시행한 분석에선 현수막 원단 종류와 무게를 결정하는 평량(종이나 원단 면적 1㎡의 무게) 정보가 부정확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항목을 보완했다.
우선 선거 현수막용 원단의 평량은 약 230g/㎡으로 계산됐다. 이는 3년 전 대선 당시 파악한 현수막 1장당 무게보다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원단도 폴리에틸렌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폴리염화 비닐(PVC)을 코팅한 재료라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기간 가장 많이 보는 가로 형태 현수막(면적 10㎡) 1장의 무게는 약 2.3kg이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선거 현수막 1장의 탄소발자국은 9.3kg/CO2eq으로 계산됐다. CO2eq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약 2주간의 대선 기간 쓰인 현수막의 수와 탄소발자국을 따져봤다. 우선 전국 읍면동 3,600여 곳에 주요 후보 4인이 무게 2.3kg 가로 현수막을 2장씩 부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용된 현수막 수는 약 2만8,800개. 총중량은 약 66톤에 이른다.
이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약 268톤(t)/CO2eq에 달했다. 그나마 PVC 코팅 부분은 제외하고, 주요 후보 4인의 현수막 최소 게시 수량만 고려한 '과소추정'이다. 이는 현수막과 원료가 같은 PET 재질인 일회용 플라스틱컵 517만 개의 탄소발자국과 같고, 30년 생 소나무 약 3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선거 현수막의 폐기물, 탄소배출 문제는 정부에도 고민거리이다. 2022년 당시 환경부,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담당자와 가진 관련 간담회에서 제시한 대안은 후보별 읍면동 현수막을 1개로 제한하고, 종이 공보물을 디지털 공보물로 대체하자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5%를 넘는 대한민국에서 디지털 공보물은 실행 가능한 듯하나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였다. 선거는 단 한 사람의 정보 접근권도 배제되어서는 안 되는 제도로 선거 공보물은 헌법상 유권자의 알 권리와 참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에선 알 권리를 보장하면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이뤄낼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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