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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실종된 진짜 내부통제…'안에서 새는' 금융사고,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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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안에서 새는 금융사고/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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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내부 직원이 저지르는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방식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사후 대응에서 사고 예방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무색하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은행연합회 소속 18개 은행의 정기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금융사고 중에서 횡령과 배임 유형에 해당하는 금융사고는 총 40건(횡령 24건·배임 16건)으로 나타났다. 2021~2023년 연평균 20건 안팎이었던 두 금융사고 유형이 지난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권의 '업무상 횡령·배임'은 형법상 중대범죄로 분류된다. 특히 내부 임직원이 가담한다는 점에서 개별 금융회사의 신뢰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가장 치명적인 사고다. 권한이 큰 임직원이라면 장기간 은폐까지 가능해 전산 오류나 위조 서류 사기보다 더 중대한 리스크로 인식된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은 매년 내부 쇄신을 약속하지만 내부자에 의한 금융사고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8건(횡령 6건·배임 2건)이 발생했으며, 이달에만 3건 이상 내부자가 관여한 금융사고가 연달아 드러났다. 전에 없던 새로운 유형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토스뱅크 재무팀장이 법인자금 약 28억원을 횡령한 사고가 최근 적발됐다. 전결권을 활용해 내부 감시망을 피해 돈을 빼돌린 후 한 번 더 시도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전산 중심 운영으로 '휴먼에러가 없다'고 자신하던 인터넷은행권에서 처음 발생한 횡령 사례로 기록됐다.

    IBK기업은행에서는 지점장 등 7명의 직원이 특정 기업과 공모해 위장 대출을 6년간 40억원 넘게 실행하고 배당과 이자 등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SC제일은행에서는 직원이 부당한 여신 서류를 징구한 금융사고가 확인됐다. 2022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2년간 130억원 이상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형사범죄 유형으로 아직 분류되진 않았으나 고의성 또는 이해관계 조사 여부에 따라 배임·사기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부당서류 징구의 경우 직원이 실적 압박을 느끼면서 형식적으로 서류를 받고 대출을 내줬을 수 있다"라며 "이번 건은 기간이 2년이나 되기 때문에 거래 업체나 인물 중에 공모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악의를 가진 내부자를 원천적으로 가려내긴 어렵다는 회의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책무구조도' 도입 등 금융당국에서도 칼을 빼 들었지만, 각 금융회사가 현장에서 아무리 감시 체계와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해도 악용하려는 '순간'을 제어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강도 높은 영업 실적에 대한 압박과 내부 흠결을 덮어주는 온정주의가 여전히 조직에 뿌리내리고 있어, 사고의 여지를 열어두는 구조적 원인이 공고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스마트 시재기' 'AI(인공지능) 모니터링' 같은 시스템을 고도화하더라도 윤리의식이나 조직문화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수장들이 공식·비공식 석상을 가리지 않고 '조직문화 확립'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내부통제팀 임직원과 호프데이를 열고 직접 '올바른 윤리 문화 조성'을 당부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또한 지난 3월 주주총회서 "핵심은 임직원의 투철한 윤리의식"이라며 앞선 금융사고를 반성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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