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5대 개혁안 등 내세웠지만 당내 호응 못 얻고 동력 상실…정치력 부족·당내 내홍만 부각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6.30/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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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9일 만에 퇴임한 가운데 그의 '미완의 개혁'을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국민의힘 최연소 국회의원이자 유일한 1990년대생인 김 의원은 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김문수 당시 대선 후보에 의해 파격 발탁돼 당내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왔으나 결과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물러났다. 지난달 11일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 후보 교체 논란'으로 사퇴한 뒤 임명된 지 49일 만이다.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후보 교체에 반대했단 점에서 주목받은 김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개혁 의지를 밝혔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오에 책임을 못 지운 건 (당의) 과오"라며 사과했다.
그는 대선 기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을 지속 거론해 결국 자진탈당을 이끌어내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는 등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있어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다만 쇄신책은 종종 당의 주류에 막혀 후퇴했고 특히 대선 패배 후 제시한 5대 개혁안은 당 주류 반발로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5.17. /사진=뉴시스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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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탄핵 반대 무효화 등 5대 개혁안이 무산된 데 대해 "많은 의원들과 당원분들이 이러한 개혁의 방향에 동의해주셨지만 정작 당의 의사결정에는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며 "이에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당의 존립과 개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당은 누구의,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당인가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헌법가치를 실현하는 국민보수 △진정한 국민주권 실천 △따뜻하고 혁신적인 보수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국가개혁 △자유와 평등의 조화로운 헌법정신 △세대통합을 위한 역사의식 확립 등 보수재건 6대 과제를 제시했다. 다만 전당대회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보수재건 과제를 어떻게 실행할지 방법론은 미지수로 남았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던 중 송언석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5.06.30. /사진=뉴시스 /사진=고승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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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개혁안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개혁안을 제시하고 당내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아쉬움이 많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원총회나 비상대책위원회의 등에서 개혁안에 대한 당내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단 평가가 나왔다.
비상대책위원들이 모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김 위원장만 홀로 자리를 지키면서, 이 개혁안을 고리로 자신의 임기 연장 필요성을 주장한 점도 개혁안에 대한 진정성을 떨어뜨렸단 평가가 나온다. 의원들 중 일부는 김 위원장의 개혁안 자체엔 동의하지만 그가 이 개혁안을 혼자 발표하면서 다른 의원들은 반(反)개혁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의총을 열고 개혁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다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당내 갈등과 분열만 표출되면서 좌초됐다. 이같은 과정은 김 위원장 개인의 정치력 부족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의 변화 없음만 드러냈다. 도리어 그가 자리를 지키고 버티면서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6회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대화하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21/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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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혁신이란 건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말이 안 통하는 친윤 주류라도 대화하고 설득해내는 게 리더의 자질이고 역할"이라며 "김용태 위원장이 한 달을 버텼지만 결과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해 시간만 날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혼자 앉아서 남은 전세금 다 털어먹은 꼴"이라며 "혁신의 길목에 자리만 꿰차고 있다가 동력을 차츰차츰 까먹었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명확한 전략 없이 구호와 발언만 있었는데 이조차도 실질적인 건 거의 없었다"며 "정치는 뭔가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힘이나 세력이 있는 게 아니니 힘을 못 받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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