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예술인 공연 무대서 '파병 관련 장면' 송출
北, 파병 군인들 모습 매체 통해 처음으로 공개
김정은, 유해 송환식 영상 보면서 눈물 훔치기도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0일 방영한 '북·러 예술인 공연 무대' 녹화 중계 영상의 한 장면.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모습을 보며 울먹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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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군 전사자'의 유해 송환식으로 추정되는 행사 장면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을 돕기 위한 북한군 파병으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고 주민들에게 파병 정당성을 선전하는 한편, 참전 군인들의 희생 정신을 부각해 내부 체제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북한·러시아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1주년을 맞아 전날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북·러 예술인 공연 무대를 녹화중계했다. 이 행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그의 딸 주애,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장관 등 양국 지도부 인사들도 참석했다.

북한은 공연회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사진·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최선희 북한 외무상 등과 함께 누군가의 관 위에 인공기를 덮는 모습, 입술을 꽉 다문 채 관에 두 손을 올려 놓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해당 장면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자들 유해 송환식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북한군이 러시아 군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장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수첩 사진 등이 스크린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0일 방영한 '북·러 예술인 공연 무대' 녹화 중계의 한 장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 관을 어루만지며 애도하는 모습이다.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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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송환식 참석자들의 옷차림을 보면 코트 등 겨울옷을 입고 있었다. 지난겨울부터 북한군 전사자 유해가 본국에 송환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미 대내외에 러시아 파병을 공식화했지만, 주민들이 보는 매체를 통해 파병군 관련 모습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TV는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과 러시아 대표단 인사들이 공연을 보던 중 눈물을 훔치거나, 기립해 예의를 갖추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내보냈다. 또 이날 공연 중계 화면을 통해 김 위원장이 '쿠르스크 해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직접 비준하는 모습도 처음 공개했다. 공연 무대 배경으로 활용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2일 △12월 12일 △12월 2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해당 계획서 문건에 서명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