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그래픽 디자이너 제프는 화성에서 일하다 해고된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숙소에서 영화 보는 것 정도다.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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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목소리 연기 루크 윌슨)는 화성에서 일한다. 그는 우주인이 아니다. 과학자도 아니다. 조금 엉뚱하게도 그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다. ‘마슬리’라는 화성 식민지 개척 스타트업 회사가 그의 직장이다. 화성에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할까. 의문은 곧 현실이 된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제프는 대기발령 상황에 처한다. 사실상 해고다. 제프가 화성에 온 지 7개월 만이다.
①해고 후 돌변한 그래픽 디자이너
제프는 뭐든 열심인 잭스와 친구가 된다. 잭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 하는 남자다.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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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수순처럼 따돌림이 있다. 제프는 방황한다. 마슬리라는 좁디 좁은 공동체에서 구직은 지구보다 더 힘들다. 지구에 있는 연인과의 사랑은 빠르게 식는다. 지구라면 잠시 여행을 떠나 머리라도 식힐 수 있으련만. 제프는 라벨에 집착하거나 영화 보기에 몰두한다. 기다리면 언젠가 다시 복직이 이뤄지지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제프는 결국 그래픽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라면 뭐든 할 태세다. 누군가 사고로 죽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다. 인맥 없고 능력이 출중하지도 않은 제프에게 기회가 쉽게 올 리 없다. 제프는 유휴인력들이 강제 수면 상태에 놓이는 ‘수면탱크’에 들어가야 할 처지다. 그에게 재취업의 기회는 오지 않는 걸까.
②악덕 회사의 노동 착취
인류가 화성에 정착한 지 30년이 된다. 제프는 기념행사 그래픽을 맡게 되기를 갈망한다.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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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 화성을 배경으로 했다고 하나 지금 이곳의 현실을 반영한다. 자본은 무도하다. 과학기술 발달로 사람들이 화성에 정주해 주거공간을 더 넓히려 하는 시대가 됐지만 노동문제는 나아지지 않는다. 아니, 더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해고는 더 쉬워졌고 화성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핑계로 인권 유린이 자행되기도 한다. 감옥이나 다름없는 수면탱크 이용이 대표적이다.
자리를 얻기 위한 제프의 고투는 웃음과 눈물을 부른다. 그는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긴다. 겨우 얻은 인턴 자리를 지키려 하다 마슬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고난 속에서 제프는 사랑과 우정을 얻는다.
③사회와 과학은 왜 발달하는가
제프는 과연 화성에서 사랑과 일자리를 얻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HBO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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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는 의도치 않게 반란 조직에 들어가기도 한다. 노동문제와 과학문명의 어둠을 들추던 이 애니메이션은 혁명에 대한 이야기로 급선회한다. 블랙코미디 일색이던 화면에 스릴이 더해진다.
제프는 철인이 아니다.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그는 동료를 배신하고 마슬리 상류층에 편입될 기회를 포착한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얻은 기회라 그로서는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은 제프의 좌충우돌을 통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인류는 왜 화성을 가려 하는가. 왜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걸까. 그저 특정 자본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첨단과학기술 개발에 나서고 화성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 인류에게는 무슨 이득이 있는 걸까. 제프의 엉뚱하고도 기괴한 모험은 씁쓸한 현실을 되새기게 한다.
뷰+포인트
화성을 배경으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많은 이들이 미국 거대 테크 기업 창업주를 떠올릴 듯하다. 그가 개척할 화성 식민지에서 벌어질 일로 여겨질 만하다. 하지만 특정인을 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악덕 자본가의 보편적인 면모와 미래에도 이어질 노동문제를 그려낸다. 2016년 만들어진 동명 애니메이션(원제는 ‘Fired on Mars’)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디스토피아를 묘사하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나 곳곳에 많은 유머 폭탄을 심어 놓았다. 에피소드당 시간이 23~25분이다. ***로튼토마토 지수: 시청자 8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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