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석 변호사, 형사소송법학회 학술대회 발표
"검찰개혁 4법, 형사사법절차 완결성 위협"
특사경 지휘 공백·수사권 경합 충돌 등 문제
'연 4만건 처리' 국수위, 제2 검찰 기능 불가피
"시스템 파괴 수준 부작용…원점 재검토 필요"
변호사제도개선포럼에서 활동중인 양홍석(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이공 대표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하계학술대회 및 현안세미나의 주제 발표자로 나서 이른바 ‘검찰개혁 4법’으로 불리는 새로운 입법안들이 형사사법절차의 제도적 완결성과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 변호사는 ‘수사절차·내용 통제의 필요성과 가능성-새로운 검찰개혁 입법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검찰의 수사권 박탈을 전제로 한 현 입법안들이 수사 절차와 내용에 대한 통제 공백을 야기하고, 오히려 ‘제2의 검찰’을 출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발의된 김용민·민형배·장경태 의원 등의 ‘검찰개혁’ 패키지 입법안(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이 검사의 수사권 박탈을 넘어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큰 변화와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로 인한 수사권 경합·충돌 및 새로운 변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홍석 변호사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열린 한국 인권활동가 구글 열람권 소송 종결 기자간담회에서 소송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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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경 지휘 공백·기존 통제수단 한계 지적
양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설계된 현행 형사사법 시스템에서 검사가 수행하던 수사절차·내용에 대한 통제 기능이 새로운 제도 속에서 어떻게 대체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행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되어 있는 특별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지휘체계가 ‘공소청법안’에서 검사의 직무에서 관련 내용이 삭제됨으로써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 변호사는 “특별사법경찰관리의 형사사법절차에 대한 이해도, 경험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업무의 연속성·효율성을 고려하면 공소청 검사가 현행과 같이 ‘지휘’하도록 하는 방안이 가장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소청법안에서 이 부분이 삭제되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행 보완수사요구, 재수사요청에 따른 사건처리 지연, 수사 책임성 결여, 수사 품질 하향평준화 등 2021년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후 문제로 지적되어 온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통제 수단 없는 제도 변화로 인해 국가적 범죄 대응력이 떨어지고 수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경찰의 규모와 역할이 커진 상황에서 이를 유효하게 통제하던 ‘유일한 기관’인 검찰이 해체될 경우 수사 내용·절차에 대한 통제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4법’ 내 수사 통제 제도의 문제점
양 변호사는 ‘검찰개혁 4법’이 예정한 수사절차·내용 통제 제도와 관련해 △중수청 수사범위 이의신청의 혼란 △불송치 결정 이의신청의 문제 △국가수사심의위의 위헌적 ‘이첩’ 권한 △수사심의 제도의 실효성 의문 등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그는 중수청법안 제29조에 명시된 중수청의 관련범죄 수사범위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는 국수위법에서 국수위의 업무로 명시되지 않아 처리 근거가 불분명하며, 이의신청권자, 절차, 시기, 효과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이의신청시 수사중단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관련사건의 피의자가 여럿인 경우 그 피의자별로 각각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그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중수청법안 제30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는 지역중수청과 수사심의위원회라는 ‘투 트랙’을 제시하고 있으나, 두 트랙을 모두 선택한 경우 처리 절차가 없고, 이의신청 대상 기관이 불분명하며, 중수청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처리 과정에서 조직 체계상 모순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양 변호사는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법안의 체계상 모순과 충돌이 있다는 것”이라며 고소·고발인이 없는 범죄의 경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자체가 불가능해 상당수 사건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또 국수위법상 국가수사심의위원회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사건을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하다고 인정될 때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때 “수사기관별 수사권의 범위에 관한 다른 법률에 규정된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국가수사심의위원회의 이첩결정이 법률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형사절차법정주의와 법치주의에 반하는 위헌성이 다분한 규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경찰청, 대검찰청 등에서 이미 운영 중인 ‘수사심의’와 유사한 제도를 국수위법에서 상향 입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그 효용성을 긍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수사심의위원회들이 독립성 보장이 어렵고, 충분한 자료 없이 ‘즉석 심의’하는 경향이 있어 수사기관의 잘못을 바로잡는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 변호사는 “비상임위원들이 매 회의 때마다 여러 건 처리하게 되면 부실·졸속 심의를 제도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중수청이나 지역중수청의 불송치 결정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위험이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제2의 검찰’ 출현 우려 및 시스템 충돌 경고
양 변호사는 ‘검찰개혁 4법’이 기존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준으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천명하고 있으나, 과연 유효적절한 제도를 도입한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 수사기관(경찰, 해양경찰, 중수청, 공수처)의 수사결과 중 불송치 결정 또는 불기소 통지 사건 중 이의신청까지 이어지는 사건수가 대략 연간 3만5000~4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수사심의위원회가 공휴일 등을 제외하고 연간 250일 동안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매일 140건을 처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양 변호사는 “이를 위해서는 현재 검찰이 수행하는 기능과 유사한 수준의 전문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며, 만약 검사나 검찰수사관이 국가수사위원회 등으로 전직한다면 이는 사실상 기존 송치 후 지휘 제도를 부활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검사, 검찰수사관의 전직이 없더라도 국내 주요 수사기관에 대해 그 수사의 당부를 판단하고 시정을 위한 조치를 명하는 형태라면 ‘제2의 검찰’이 출현한 것이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검찰개혁 4법’이 체포·구속 사건 처리, 다수 당사자 사건의 효율적 처리, 제도 상호간 선후·우위 등 형사사법 시스템 개편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간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수 고소·고발 사건의 이의신청 처리 혼란 △수인수죄 사건의 송치·불송치 분리 시 문제 △수사권 제한 기관(공수처, 중수청)과 전면적 수사권 기관(경찰) 간 수사권 경합 △하나의 사건이 여러 기관에 동시에 계류되는 문제 △구속 사건 처리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가 필연적으로 야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절대 불변, 절대선인 제도는 존재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시스템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수준으로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선한 의도나 취지만으로 그런 제도 개폐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검찰개혁 4법’에 대한 원점 재검토는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개혁 4개 입법안에서 예정한 수사절차·내용 통제제도 개관 (자료: 양홍석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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