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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7.08.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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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25%의 유예기간을 다음달 1일까지 약 3주 연기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미국 측에 구체적인 의도를 노출하지 않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태도로 풀이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는데 관세가 인상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미국 관세 협상 관련 이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통령의 회의 발언은) 모두 발언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며 "저희(대통령실)의 입장은 서면 브리핑에 담겼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방산 육성 컨트롤타워 신설'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등을 주문했고 아동 안전대책 점검을 당부하는 한편 국회에서 진행 중인 여야 '민생 공통공약 협의체' 구성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이하 현지시간) 상호관세 유예기간을 8월1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상호관세율은 25%로 동일하다. 당초 상호관세는 지난 4월9일부터 90일 동안 유예돼 이달 9일 오전 0시1분 이후 발효될 예정이었지만 유예조치를 오는 8월1일 오전 0시1분(한국시간 8월1일 오후 1시1분)까지 연장한다는 것이 이번 행정명령의 골자다.
이같은 조치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정책실은 각각 곧장 한미 안보실장 협의 내용을 알리고 오후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었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이날 열릴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통령은 오히려 침묵을 지켰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장은 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서한을 이제 막 받은 게 아닌가. 대통령이 어떤 대응책 없이 곧장 반응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서한의 내용을 보면 앞으로 쉽지 않은 협상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미정상회담도 앞둔 상황에서 말을 아끼면서 관계부처와 함께 대응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제부터 한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AFP=뉴스1) =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관련 서명 서한을 공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불행히도 우리 관계는 상호적이지 않았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 이라고 밝혔다. 2025.7.8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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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더300에 "결국에는 패키지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방비 증액 문제 뿐만 아니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 디지털 기업 규제 완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여부 등 모든 선택지를 놓고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우리 정부가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여론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먹거리,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은 국내에서도 민감한 문제들로 여겨진다. 이 대통령이 고심하며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또 다른 익명 요청의 한 국제통상 분야 전문가는 더300에 "'톱다운'(상의하달) 방식의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스타일에 비춰볼 때 결국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3주 간 실무진이 부단히 협상에 임하되 최종 결정은 결국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자리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정상회담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7일 미국 현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가진 자리에서 조속한 시일 내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제반 현안에서 상호호혜적인 결과를 진전시켜 나가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에 미국 측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위 실장이 6~8일 일정으로 현지 급파됐던 만큼 9일(한국시간 기준)쯤 귀국해 협의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결하고자 한다"며 "정상회담을 비롯해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좀 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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