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0년]
‘청룡의 전설’ 된 그때 그 결승전
1946년 청룡기 1회 대회에 출전한 배재중 김정환(왼쪽부터), 동산중 박현식, 경남중 장태영, 광주서중 김양중. /조선일보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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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광주서중(현 광주제일고)과 경남중(현 경남고)이 맞붙은 4회 대회 결승전은 전설적인 명승부로 기억된다. ‘부산의 장태영, 광주의 김양중’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두 좌완 투수의 맞대결을 보기 위해 동대문야구장에 1만5000여 명이 들어찼다. 9회말까지 1―0으로 앞서던 경남중은 2사 후 2루수의 1루 악송구에 이어 장태영이 김양중에게 적시타를 얻어 맞으며 동점을 허용했고, 연장 11회말엔 좌익수가 3루로 던진 공이 3루수 키를 넘기면서 1대2로 역전패했다. 시속 140㎞가 넘는 강속구로 ‘태양을 던지는 사나이’로 불렸던 경남중 장태영이 고교 시절 유일하게 패한 경기로 남았다. 당시 경기를 관전한 스테이트먼 미국 해군 제독이 한국의 세계야구연맹 가입을 주선하면서 이 결승전은 한국 야구가 국제사회에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1968년 대회에서 우승한 경북고 선수단이 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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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11회 결승은 동산고 투수 신인식의 노히트노런(무안타 무실점 승리) 대기록으로 유명한 경기다. 동산고는 중앙고를 맞아 신인식이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호투 속에 5회말 안타와 상대 실책, 희생타 2개로 결승점을 뽑아 1대0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신인식은 동산고의 첫 대회 3연패(1955~1957)를 이끌며 청룡의 전설이 됐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올리며 롯데를 우승시킨 ‘무쇠팔’ 최동원의 위력은 이미 고교 시절 증명됐다. 1976년 경남고 최동원은 군산상고에 20삼진을 빼앗으며 9대1 완승을 이끌며 결승에 선착했고, 최종 결승에서 다시 만난 군산상고에 삼진 12개를 잡는 완봉 역투로 5대0 승리를 일궜다. 최동원의 대회 성적은 37이닝 2실점(1자책)으로, 팀의 5승 중 4승을 완투승으로 책임졌으며 그중 두 번은 완봉승이었다.
경남고 최동원이 1976년 대회 정상에 오른 뒤 청룡기를 받고 있다./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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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출범을 앞두고 고교 야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1981년 36회 결승은 많은 야구 팬의 입에 오르내린 명승부였다.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니던 박노준과 김건우의 선린상고가 우세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류중일과 성준이 활약한 경북고가 연장 11회 접전 끝에 6대5로 이겼다. 1982년 결승은 이틀 동안 열렸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싸움닭’이라 불린 조계현의 군산상고는 천안북일고와 연장 12회까지 피 말리는 승부 끝에 1대1로 비겼고, 다음 날 사상 초유 재경기를 펼쳤다. 조계현이 이를 악물고 던진 끝에 군산상고가 9대5로 이겼다.
광주제일고와 군산상고가 맞붙은 1988년 43회 결승에선 이종범(광주제일고)이 연장 11회 결승타로 5대4 승리 주역이 됐다. 1994년엔 휘문고가 김선우를 앞세워 우승했다. 4번의 완투승으로 팀을 결승에 올린 김선우는 장충고와 대결에서 6회 투런포를 터뜨리며 5대2 승리에 앞장섰다.
1984년 청룡기를 제패한 군산상고 선수들./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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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8회, 2005년 60회 결승에선 짜릿한 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광주 동성고는 2003년 결승에서 순천효천고에 7회까지 2-9로 끌려가다 9회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에서 명정주의 끝내기 안타로 10대9 역전승을 거뒀다. 동성고가 7점 차를 뒤집었다면 2년 뒤 류현진의 동산고는 8점 차 열세를 극복해 결승 최다 점수 차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대구고에 4회초까지 0-8로 밀렸던 동산고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나가더니 8회 4점을 내며 10대8로 승부를 뒤집었다. 4번 타자 류현진이 8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3안타로 공격을 이끌었다.
2005년 6월 8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60회 청룡기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동산고의 최승준이 7회 홈런을 날리자 현천웅(왼쪽)에 이어 2루주자 류현진이 홈인하고 있다./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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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와 광주 진흥고가 맞붙은 2006년 61회 결승에선 연장 16회까지 이어지는 혈투가 펼쳐졌다. 진흥고는 투수 정영일이 222개의 공을 던지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결국 경남고가 16회 무사 만루 상황에서 신본기의 끝내기 안타로 4시간 6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명고가 곽빈을 앞세워 강백호의 서울고에 2대1로 이긴 2017년 결승도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로 남아 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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